'명퇴신청증가' 연금으로만 보지말라

2007.10.03 16:26:00

공무원연금법개혁과 관련하여 교원의 명퇴신청이 급증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연금법이 개정되면 아무래도 수령연금이 감소되기 때문에 교원들의 명퇴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도교육청마다 명퇴신청교원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명퇴신청급증을 연금법개혁 때문이라고만 단정짓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학교의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와서 단 몇시간만 보내고 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것이다.

명퇴신청교원이 급증한 것에는 연금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전혀 근거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연금법개정말고 무슨 이유가 있는가. 바로 요즈음의 학교현실 때문이다. 일단 학생들의 경우 날이 갈수록 지도가 어렵다.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면, '제가 학교에 무슨 잘못을 했나요. 나 혼자 그렇게 한 것 뿐인데요'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또한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을 지도하면 '왜 저만 가지고 그러십니까?'라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한다.

명퇴신청교원의 급증이 이러한 학생들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말로 명예퇴직을 한 한 교원은, '학교에 가기가 싫을 정도로 학생들과 제대로된 교감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학생다운 면이 자꾸 사라지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도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런 잘못된 분위기가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 교육당국의 교사 죽이기기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더이상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자신이 없어서 명퇴를 신청했다'고 현실을 한탄했다.

어디 이런교원들이 한둘이겠는가. 학생지도가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명퇴교원이 증가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원들이 학생지도를 포기하고 교단을 떠난다면 누가 학생들을 지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남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이 요즈음은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이나 민원제기도 정도를 지나치고 있다. 학생지도를 열심히 할려고 해도 학부모들이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는 꾸중을 듣는데에는 익숙하지 않다. 집에서도 꾸중을 하지 않는데,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꾸중받으니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어느 학부모의 이야기다.

교육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솔직히 이야기 해서 요즈음 교사가 되고자 준비하는 예비교사가 많지만 이들도 교직에서 1-2년정도 생활하고나면 교사의 길이 정말 그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서 할 수 있는 매력적인가에 대한 회의를 가질 수 있다. 새내기 교사들도 정말 힘들어한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학생들 지도에는 누구보다 열정을 갖는 것이 새내기 교사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자꾸 교직에 실망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그만큼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리포터가 신임교사로 발령을 받았을 때는 빨리 수업종이 쳐서 교실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가르치는 일이 즐거움 그 자체였다. 요즈음에는 많은 교사들이 교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명퇴신청의 한 구석에는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때문에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이 분명히 있다.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니다. 무조건 연금문제로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 교사가 단순히 돈 문제때문에 교단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연금문제와 교직에 대한 회의가 맞물려서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아야 한다. 염려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때문에 훌륭한 인재들이 자꾸 교직을 떠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당국의 교사살리기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교사죽이기를 해온 것 이상으로 교사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훌륭한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붙잡아 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김동석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