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되풀이되는 일이긴 하지만 교육당국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다름아닌 중3학생들의 진학지도 문제이다. 어느때부터인가 교육당국에서 학생들에게 전문계고(실업계고)진학을 권장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권장한 적이 없고 진로결정에 도움을 준 것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년 중3담임들을 대상으로 진로지도 방법연수라는 명목으로 연수를 진행해 왔으나, 내용은 결국 전문계고 진학을 권장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쉽게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올해는 아직까지 중3담임들의 연수소식을 접하지는 못했다. 다만 일선학교에 전문계고 진학을 권장하도록 각 학교 학년부장을 통해 전달된 모양이다. 문서상으로는 아직까지 어떤 움직임을 접할 수 없지만 예년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올해도 충분히 전문계고를 적극 권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서 전문계고가 나쁘다거나 전문계고 진학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학지도에는 형평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진학지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문계고의 장점과 졸업후의 진로는 충분히 설명이 되고, 교육당국에서 발행하는 홍보책자를 통해서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일반계(인문계)고등학교의 경우는 특별한 진로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관련정보를 학부모와 학생이 스스로 얻거나, 담임교사와 기타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전문계고와 일반계고등학교에 진학했을 경우, 대학진학이 어느쪽이 더 쉬운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문계고에 진학해서 실제로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재양성에 호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이다.
더우기 전문계고 진학희망자를 조사하거나, 학교별로 통계를 내서 전문계고 진학비율이 떨어지는 학교에 대해서는 당국에서 특별지도대상이라는 등의 불필요한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 매년 중학교별로 전문계고 진학비율을 조사해서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진로결정에 교육당국이 나서서 도움을 주는 것은 백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의 판단에 혼란을 주어서는 안된다. 마치 전문계고에 진학하면 대학진학이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경우보다 훨씬 수월한 것처럼 잘못된 정보를 주어서도 안된다.
물론 최종결정은 학생과 학부모가 하는 것이고 전문계고 육성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문계고, 특성화고, 특목고, 일반계고에 대한 진로정보를 고르게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목고진학은 특정한 학생만 하는 것이긴 하지만 특목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해당 특목고의 입학설명회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중3학생들의 진로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의 진로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와 학생 개개인에 맞는 진로지도가 필요하다. 중학교별로 비율을 비교하여 특정계열 진학과 관련하여 일선학교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할 교육당국의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특정계열을 권장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