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중학교라면 요즈음에 외국어고등학교 특별전형 원서를 작성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원서쓰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특별히 답하기 어렵긴 하겠지만 그래도 원서가 작성되는 것을 보니, 고등학교 입시철이 다가온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워낙에 대학입시에 매달리다보니, 고등학교입시는 단순히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고등학교입시도 대학입시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최초로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와 고등학교입시 중 어느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정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요즈음 외고입시가 시작되면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글을 시작하였다. 서울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D외고가 있다. 학생들이 상당히 선호하는 학교이다. 앞으로 외국어고의 특별전형을 폐지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긴 하지만, 아직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어고의 입시는 대략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으로 분류된다. 다른 특목고들도 대체로 이러한 선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별전형중에는 '학교장추천'제가 있다. 학교장의 추천서를 받으면 지원이 가능한 부분이다. 다른 특별한 특기사항(외국어를 잘하거나 학생회 회장, 부회장 경험등)이 없는 학생들 중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성실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바로 학교장추천이다. 요즈음 학생들이 예전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개중에는 예전의 학생들보다 훨씬 더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 중에서 외국어고 진학을 원할경우 추천하는 것이 학교장추천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D외고의 경우, 학교장추천인원에 제한을 두고 있다. 각 학교별로 남,여 각 1명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어느한쪽의 성에서 추천자가 없을 경우는 남학생이나 여학생중 한쪽만 2명을 추천해도 된다는 단서조항을 두고있다. 반면에 서울의 M외고같은 경우는 학교장추천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해당학교에서 요건을 갖춘 경우는 모두 추천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당연히 인원제한을 두는 쪽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학교별로 2명이라는 것은 학교의 규모나 남녀 비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3학년의 전체학급이 6학급의 학교와 16학급의 학교가 있다면 이 두학교에서 추천가능한 인원은 2명으로 같게되는 것이다. 첫번째 불합리한 점이다. 두번째 불합리한 점은 남,여공학의 학교라도 여학생이 월등히 많은 학교가 있는가 하면, 남학생의 비율이 훨씬 더 높은 학교가 있다. 이 경우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성쪽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에서 무리한 남,여공학의 추진으로 성비가 맞지않는 학교들이 상당수 있다. 이런 학교들의 경우는 해당외고를 지원할때 어쩔수 없이 추천인원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비율이 적은 쪽에서 한명을 추천하면 비율이 높은 쪽은 아무리 학생수가 많아도 나머지 한명만을 추천해야 하는 불합리한 점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학교장추천에 해당학생을 추천하는 것은 중학교에서 권한을 가질 일이다. 외고에서 추천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생각이다. 학교장이 아무리 대상자를 추가해서 추천하고 싶어도 규정을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시에서 학생의 선택권과 학교장의 추천권한을 동시에 빼앗고 있는 것이다. 외고입시에서 마저도 학교장의 권한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외고입장에서는 수준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추천될 것을 염려하여 그렇게 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추천인원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선 중학교에서 기준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반면 M외고 같은 경우는 추천권한을 완전히 중학교의 학교장에게 일임하고 있다. 충분히 중학교에 권한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일선학교에서도 추천학생을 선발하기 쉽다. 원하는 학생들을 적절한 심사를 통해 추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일선 중학교에 권한을 주었느냐의 문제이다. 당연히 신입생을 뽑는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제한할 일이 아닌 것이다.
결국 두 학교의 추천인원이 대조적인데, 어느쪽이 더 합리적인가는 쉽게 판단이 될 것이다. 학교장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추천되어진 학생중에 취지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할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제한으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생각이다. 좀더 합리적인 방안을 연구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