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공문이 많은 이유?

2007.10.16 20:50:00

16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펴낸 `교원의 잡무 경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교원 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58.4%는 교사의 역할이 수업이나 생활지도에 관한 것보다 행정업무에 치중돼 있다고 응답했다. 이미 교원들은 공문처리등의 잡무에 상당한 시간을 어쩔수 없이 할애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 공문이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직접관련이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소한 행정업무까지 더해지면 그 수위는 더 높아진다.

교원들의 잡무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단연코 공문처리이다. 물론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무는 어쩔수 없다 치더라도 교육부나 교육청의 중점업무와 관련된 보고등은 실적위주의 행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1년동안 실시한 것을 한꺼번에 보고를 받아도 되는데 주기적으로 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국정감사관련 공문의 폭주는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아도 최소한 교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학교에 공문이 넘쳐 흐르는 이유는 무차별로 공문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공문을 보면 '이첩'된 공문들이 상당히 많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자체 생산한 공문보다 도리어 더 많다는 생각이다. 특히 전자문서로 공문을 주고 받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공문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공문중에서는 단순히 홍보하는 공문들이 많다. 문제는 이렇게 홍보를 요하는 공문들을 그대로 사장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학생과 학부모에게 홍보를 해야 한다. 나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홈페이에 공지하거나, 때로는 가정통신문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각 학급에 알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홍보공문이지만 공문을 토대로 홍보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간단히 보고하는 공문보다 더 시간이 필요하다.

가정통신문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번 검토를 거쳐서 결재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재과정에서 수정되면 다시 또 기안을 해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가정통신문 한건을 내는데도 자칫하면 하루를 넘기기도 한다. 교원들은 행정업무를 처리하기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공문이 넘치는 이유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무차별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물론이고 기타 부처에서 협조를 요하는 공문들이 교육청을 통해서 내려온다. 학교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공문들도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환경관련 행사나 여러부처에서 시행하는 행사에도 공문은 여지없이 학교로 내려온다. 일선학교의 교원들은 그야말로 공문의 홍수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우편으로 전달되는 공문도 만만치 않다. 정식으로 전자문서를 통해 내려오는 공문외에 여러기관(영리, 비영리기관, 기초자치단체 등)에서 우편으로 협조를 구하는 공문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들 공문을 개봉하여 필요한 것은 정식절차를 거쳐 접수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그대로 폐기하기도 하지만 왠지 찜찜함은 그대로 남는다. 공문은 아니지만 각종 수업자료구입을 요구하는 선전지도 우편으로 많이 온다. 때로는 학교에서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역시 그대로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일선학교의 공문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청이나 교육부 차원에서 학교에까지 전달할 필요가 없는 공문을 걸러내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물론 인력부족이 문제이긴 하지만 무차별로 학교로 전달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사라져야 한다. 교원들은 말그대로 가르치는 일에만 열중하도록 해야 한다. 공문처리등의 행정업무로 자꾸만 시간을 빼앗기게 되면 결국은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공문을 줄이는 문제를 떠나서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것이 공문감소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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