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명작 하나 남기는 게 소원이에요

2007.10.20 08:48:00

시인이나 소설가에게 소원이 무엇이냐 물으면 뭐라 대답할까? 아마 평생 동안 세상에 길이 남을 명작 하나 남기는 것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명작을 남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가라 할지라도 어떤 사람은 유명세 타기를 좋아하는 이도 있고, 남의 글 비판만 하다가 자신은 글을 못 쓰는 이도 있다. 또 베스트셀러 몇 권을 내곤 거기에 안주하거나 자만에 빠져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글쓰는 사람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장애아를 위해, 또 어떤 사람은 의자 만드는 일에 온 정성을 바친다. 그 정성 속엔 사랑이라는 것이 담겨 있다. 인간에 대한, 일에 대한 따스한 숨결이 담겨 있다.

그 각기 다른 사랑의 그릇들을 김혜리는 여섯 개의 단편 동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몇몇 작품을 살펴보자.

세상에 명작 하나 남기는 게 소원이에요



첫 번째 동화 <네 사람의 친구>는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다. 우거진 숲과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마을을 사람들은 <작가촌>이라 부른다. 이곳에 글을 쓰는 작가 네 명이 살고 있어서이다.

아야 씨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가 쓴 책은 내용을 가리지 않고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그 바람에 그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그 돈으로 도시를 벗어나 넓은 정원이 딸린 마을의 종갓집을 산다. 그 뒤로 그는 글 쓰는 일보단 집안과 정원 꾸미기에 정성을 쏟는다. 그의 서가에 불이 켜지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 그에게 친구인 어여 씨가 찾아와 언제 글을 쓸거냐며 충고를 하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글을 썼다 하면 나는 베스트셀러로 만들 자신이 있어!”

그 뒤로도 아야 씨는 글 쓰는 일보다 집안 꾸미기에 열정을 쏟는다. 그에겐 글을 쓰는 일보다 집안과 정원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게 소중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야 씨 이웃에 살고 있는 어여 씨도 몇 권의 책을 낸 작가이다. 그러나 그는 책으로 유명하기 보단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나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멋진 파이프나 베레모 같은 장신구를 사들이는데 열중한다.

그는 방송국이나 잡지에 나가 찍은 사진들을 벽 가득 붙여놓고 만족스레 바라본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암암! 내가 글만 쓰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지.”

어여 씨 또한 아야 씨와 마찬가지로 본업인 글쓰기 보단 다른 것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쓴 소리를 하는 인물이 오요 씨이다. 성미기 급한 오요 씨는 딱 책 한 권을 냈다. 그것으로 그는 온갖 작가들 모임에 참석하지만 뛰어난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 그의 꿈은 베스트셀러 작품 하나라도 쓰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남의 결점을 이야기하는데 빠져 자신의 글은 쓰지 못한다.

또 한 명 우유 씨는 평생 소원이 세상에서 오래 남을 명작 한 편 쓰는 것이다. 그는 그런 소망을 이루기 위해 가난하고 몸이 아프지만 밤늦도록 글을 쓴다. 그런 그를 두고 동료들은 걱정도 하고 은근히 조롱도 하지만 아랑곳 않고 자신의 할 일만 한다.

그는 매일 작품을 쓴다. 그렇지만 작품이 되어 책으로 나오는 경우는 없다. 몸이 아픈 그는 약값 대신 자신의 쓴 원고를 약국주인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밤낮으로 글을 쓰던 우유 씨는 세상을 뜬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뜨기 전에 잡지사에 보낸 글 한 편이 “깊이 있는 작가.” “철학이 담긴 한 편의 글”이란 찬사를 받으며 빛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잊혀져 간다. 그러다 그의 글은 시인이던 약국주인의 처남에 의해 빛을 보게 된다. 약값 대신 2년 동안 약국주인에게 주었던 원고를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그 책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며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의 이름으로 문학상도 만들어진다.

“단 한 편이라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명작을 남기는 게 소원이에요.”

이렇게 말했던 그의 소망은 그가 죽어서 이루어진 것이다.

‘죽어서 빛을 발하면 무엇해. 살아서 봐야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우유 씨를 통해 그가 진정 사랑하고 그 사랑을 위해 헌신한 게 무엇인지 발견할 것이다.

그럼 또 하나의 글, 장인 정신과 사랑의 또 다른 의미를 깨닫게 하는 소박한 글 <행복한 의자 주인>을 보자.

행복은 정직함과 성실에서 온다

‘행복한 의자 주인’이라. 행복한 의자 주인 하니까 화려하고 고급스런 의자에 앉은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 말한 ‘행복한 의자 주인’은 부자도 아니고, 고급스런 의자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가난하지만 자신의 일에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고되고 지칠 때 쉼이 되는 딱딱하고 허름한 나무 의자에 앉아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를 추억하는 사람이다.

이 동화에서 우리는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평생 해 온 일을 사랑하는 목공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했던 일을 물려받은 목공소 주인은 나라 안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기술자이다. 그에게 주문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만족한 얼굴로 돌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물건을 주문했고 그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그렇게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았다. 대부분의 돈을 장애인 단체나 사회복지 시설에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더 늙기 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재산을 누군가에게 물려줄 때가 되었다며 신문광고를 낸다.

<1억 원을 드리겠습니다. 누구든지 제가 가지고 있는 행복한 의자를 가져오십시오.>

이 광고를 보고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목공소로 몰려든다. 사람들이 가져온 의자는 각양각색이다. 아름다운 천으로 둘러싸인 고급소파, 조각 작품 같은 의자, 동물모양의 의자, 금장식을 두른 의자 등이다. 그러나 그 중에 목공소 주인이 찾는 행복한 의자는 없었다.

이제 마지막 한 사람, 그는 허름한 옷차림에 딱딱한 나무 의자를 가지고 있었다. 70년대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던 나무의자 같은 거다. 그 의자를 가지고 온 사람은 구두닦이다.

“지금은 아버지 뒤를 이어 제가 그 가게에서 이 의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의자에 앉아서 하는일은 다른 사람의 구두를 닦고 수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일을 통해 처음으로 일에 대한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의자에 앉아있으면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 오는 것 같기도 했고요.”

목공소 주인은 그가 가져와 의자와 그의 말을 듣고 행복한 미소를 띤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은 바로 세상을 성실과 근면 그리고 정직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이 야기기는 행복이 결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에 있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고되고 알아주지 않은 일이지만 자신의 일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임하는 것이 결국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밖에서 이 책속엔 장애아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색종이 할머니> 이야기, 독(항아리)을 통해서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숨 쉬는 독> 등 작품이 실려 있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잔잔한 생각의 감동을 준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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