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도 꼴찌'가 촌지 때문?

2007.10.21 14:56:00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촌지를 받은 교원은 물론 촌지를 건넨 학부모의 자녀까지 책임을 물어 교원은 엄중문책하고 해당학부모의 자녀에게는 학교의 각종 내,외 포상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촌지를 근절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방안까지 들고 나왔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의 서울교육현실이 이래저래 슬플 뿐이다.

촌지문화를 근절시켜야 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런데 촌지를 몰아내기 위한 방안이 이런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포상을 하는 이유는 남들보다 우수한 재능을 가진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의 촌지때문에 우수한 재능을 가졌으나 포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발상은 정말로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다. 학생이 무슨 잘못이 있기에 학부모와 교원의 잘못에 학생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맑은 서울교육'구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도 청렴도면에서 전국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번의 촌지근절방안을 내놓은 것이 결코 청렴도 최하위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 최하위가 결국은 일선학교 교원들의 촌지수수 때문으로 본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정말로 그런것인지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청렴도 최하위를 촌지와 기타 금품수수로 보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왜 그 부분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따름이다. 교원중에서 교사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촌지에 매달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교원들은 지금의 현실에서 촌지를 받는 경우를 보거나 들은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예전의 현실보다는 훨씬 더 상황이 변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일부가 남아 있을 수는 있지만 많이 근절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청렴도에서 꼴찌의 성적을 받아들고는 일선학교의 촌지근절에 다시 칼을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방안이다. 특히 해당학생들을 포상에서 제외할 경우 이 문제가 단순하게 넘어가지지 않을 것이다. 촌지와 학생의 포상을 관련짓는 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학생에게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학부모의 잘못을 그 자녀인 학생에게 돌린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런 사실이 알려질경우 해당학생은 크나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촌지수수를 근절하는 다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궁여지책으로 이루어지는 즉흥적인 대책으로는 서울교육의 청렴도를 높이기 어렵다. 또한 일선학교에만 비리근절을 들고 나오는 것도 문제이다. 교육행정기관이나 산하기관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이다. 촌지문제에만 매달리는 것은 도리어 본질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촌지근절은 그 문화 자체를 학부모와 교원들이 자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조건 인위적으로 촌지만 근절시킨다고 해서 서울교육의 청렴도가 높아진다고 보지 않는다. 더 큰 테두리에서 청렴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단기간에  효과를 얻기위한 노력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적인 자정노력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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