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에 교육부에서 밝힌 수준별이동수업 확대시행방안은 한마디로 교육부에서 스스로를 부정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고등학교 운영개선 및 체제 개편 방안’을 보면, 현재 전체 고등학교의 66%(영어·수학 두 과목 기준)가 실시하고 있는 수준별 수업이 전면 확대된다. 원칙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학년 당 2과목 이상, 과목별 3~4단계 수준별 학급을 편성·운영토록 하고 있다.
새 교육과정개편에서 수준별수업은 각 학교의 권장사항으로 바꿨다고 했다.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교육인적자원부 고시 제 2007 - 79호 [별책 3]]에 보면 수준별수업이 권장사항으로 바뀐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수학과 교육과정의 교수-학습지도방법의 카항에는 수준별수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각 학교에서는 학생 개인의 학습 능력과 수준, 적성, 희망 등을 고려하여 수준별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강제사항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번의 교육부 발표는 새 교육과정이 고시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바꾼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새교육과정이 금년 2월말에 고시되었으므로, 8개월여가 지난후에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발표한 강제성을 띤 방안이다. 더우기 새 교육과정은 시행도 되지 않은 상태이다.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최대 이슈가 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수준별 수업이다. 기존에 해왔던 수준별 수업이 효과면에서 극히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일선학교에서는 교육여건이 조성되기 이전에는 수준별 수업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었다. 또한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하여 교육과정심의위원회에 참석한 각계인사들도 수준별 수업의 개선을 요구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준별 수업이 권장사항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정에 분명히 명시된 내용을 교육부에서는 간단히 무시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교육부의 발표대로 3-4단계의 수준별 수업실시는 그 자체가 어렵지만 그보다는 교육부가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새교육과정을 시행해 보지도 않고 7차교육과정때보다 더욱더 수준별 수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육과정 자체가 무슨소용이 있단 말인다.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을 개편해서 고시해놓고 그 교육과정을 무시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 명시된 수준별이동수업과 관련한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간단히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일은 빨리 접어야 한다. 일선학교의 어려움을 모른채로 생색내기 위한 방안을 무조건 발표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수준별 수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일은 교육부의 책임이다.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수준별 수업 확대방안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