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배려, 이학교를 칭찬한다

2007.11.16 09:07:00

다 알다시피 11월15일은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수능시험일이다. 수험생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하루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단 1점이라도 더 획득하기 위한 노력은 정말로 현장에서 접하지 않고는 실감하기 어렵다. 수능 전날부터 수험생들은 긴장의 연속이다. 시험을 경험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긴장을 주지만 수능시험은 더욱더 그런 모양이다.

올해도 여지없이 수능감독관으로 위촉(?)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학교(서울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의 바로 옆에 있는 고등학교로 감독을 나가게 된 것이다. 바로 수도여고(교장: 조정숙, 감독장학사: 강명숙)였는데, 수능감독을 해본 교사들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있다. 다른 학교이다보니 여러가지로 어색하고 하나부터 열까지가 불편의 연속이다. 자기집을 떠나 남의 집에가서 하루쯤 지내다 오는것과 별반 다를것이 없다.

그러나 수도여고는 낯선 장소이긴 하지만 그래도 편안히 하루를 지내면서 감독관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다. 아침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침식사를 하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출근해보니, 빵과 우유를 준비해 두었다. 물론 리포터는 이른 아침식사를 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다른학교에서 온 교사들과 간단히 요기를 했다. 그 맛이 참 일품이었다. 잠시후에는 과일과 기타 간식거리가 준비되었다.

뭐 그런것을 가지고 그러느냐, 다른학교도 다 그렇게 한다고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충분한 양을 준비해 두었다는 것이다. 리포터도 수년전에 수능고사장 관련 업무를 한 적이 있다. 분명히 감독관과 본부요원들의 복지(간식과 식사준비)를 위한 예산이 따로 내려온다. 그러나 그 예산을 전액 사용하는 학교들은 많지 않다. 보통 이야기하는 '시늉'만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머지 예산은 본부요원들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예를들면 수능끝난후에 본부요원들의 식사비에 보태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수도여고는 최소한의 예산을 최대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우기 1교시 감독을 마치고 나오니 일회용라면(보통 컵라면이나 사발면으로 불리는)까지 감독관 대기실에 준비되어 있었다. 커피와 몇 종류의 차, 과일, 간식거리, 음료등이 준비되어 최소한 먹는 것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관심을 깊이 두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수도여고의 수능관련 업무를 했던 교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런데, 감독에게 간식 잘 제공해 준 것보다 더 잘한 부분이 있다. 다름아닌 수험생들을 최대한 배려했다는 점이다. 교내의 각종 안내표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보통 시험을 실시하다보면 수험생들이나 감독관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소한 오류들이 발생한다. 그런 오류를 시험이 끝날때까지 보류했다가 수정한 것이다. 수험생들이 조금이라도 부담을 가지면 안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한다. 예를들면 이런것이다. 답안지에 수험생의 이름이 빠진경우나, 시험지 형태를 잘못표기한 경우 등이다. 두말할 필요없이 보통은 그런일들이 발생하면 다음시간 시험중에 본부요원이 찾아와서 수정한다. 그러나 수도여고에서는 도중에 찾아와서 잘못을 수정하는 일이 없었다.

나중에 시험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수정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송으로 해당학생을 호명하여 시험본부로 오도록 했다.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도중에 찾아와서 수정하게되면 해당 수험생은 물론 시험실 자체가 어수선해지고 예민한 수험생의 경우는 그 일로 잘못하면 시험을 망칠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모든 시험이 끝난 후에 학생들을 불렀다고 한다. 정말로 작지만 큰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험생들에게는 그 어느시험보다 중요한 시험이 수능시험이다. 감독관과 수험생을 위해 쉽게 잊기 쉬운 것을 관심갖고 배려해준 수도여고의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 오늘 수도여고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최소한 다른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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