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두고 각종 언론에서 관심갖고 보도했던 것이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수능과 관련한 보도를 한 번이라도 접했다면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수능감독관련 보도였다. 감독관들의 근무에 이의를 제기했던 수험생들의 민원사항에 대해 각종 언론들이 보도를 했다. 물론 보도자료 제공은 교육부이다. 많은 언론에서 '하이힐이나 짙은화장을 가급적 자제하라'는 보도를 냈다. 또한 교육부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여러가지 인용하여 기사를 냈다. 오늘은 이에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수능감독을 수년동안 해왔지만 여교사들의 짙은 화장과 하이힐 착용으로 시험에 방해되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물론 같은 교사입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최소한 방해를 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약간의 지장이 있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로인해 시험을 망칠정도로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한 수험생들의 민원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감독관 교육에서 들은 내용이다. 물론 문서로도 배부 받았다.) '감독교사들의 잡담으로 시험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감독관들이 잡담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 '감독관이 고사실을 여러차례 출입하는 바람에 시험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등이다.
수능시험감독은 여러학교 교사들이 모이기 때문에 서로 잘 아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우기 제1감독과 제2감독이 있는데, 1감독은 고등학교 교사들이, 2감독은 중학교 교사들이 맡아서 한다. 제1감독과 제2감독이 한 조를 이뤄 감독을 하기 때문에 같은 학교교사들이 한교실에 입실하는 경우는 없다. 고등학교 교사1명과 중학교 교사1명이 입실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어떻게 감독교사들이 잡담을 할 수 있겠는가.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해도 시험중에 잡담을 나눈다는 것은 최소한 교사라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데 왜 수험생들이 이런 민원을 제기한 것일까. 수능감독을 해본 경험으로 볼때, 이는 잡담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험감독업무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것이 수험생들에게는 잡담으로 들렸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감독관끼리 사소한 잡담을 나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실제로 잡담이 있었다면 감독관으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지만 그런일이 만에하나라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감독관이 자주 출입을 했다는 부분도 시험과 관련해서 어쩔수 없이 발생한 일일 것이다. 의도적으로 자꾸 출입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번 수능에서는 이와관련한 사례에 유의하면서 감독업무를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 물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지적한 것은 옳다는 생각이다. 그렇더라도 수험생들의 민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것을 현실에 맞게 받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보도자료에 '감독관끼리 잡담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표현 보다는 '시험관련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 외에는 가급적 감독관끼리 대화를 자제해 달라'고 지시했다는 식으로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하면 마치 감독관이 시험도중에 잡담이나 나누는 사람들로 비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만 신경써서 보도자료를 냈다면 수능감독과 관련하여 불신의 폭이 적었을 것이다. 수능감독은 감독관들도 매우 어려운 업무이다. 하루종일 자리에 제대로 앉아보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사소한 것일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감독하는 교사들의 입장도 이해해 주는 교육부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