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교사다면평가, 여기에 평가자로 선정된 교사들은 나날이 괴로움의 연속이다. 벌써 다면평가자료 제출일이 지났건만 답이 없다. 어쩔수 없이 평가자료를 교감에게 제출한 교사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이다. 만일 어떤 교사가 평가결과를 요구하고, 그 결과가 공개될 경우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아직 평가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교사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당장에 평가자를 사퇴하고 싶은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무책임한 교사로 몰릴 수도 있다. 이미 제출한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모 중학교의 A교사, '지금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이런것을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면평가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근평제도 자체를 없애야 합니다. 왜 우리끼리 평가하고 우리끼리 걱정해야 하나.....' 이해가 가는 이야기다. 이번의 다면평가는 문제 투성이인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이다. 그냥 하라고 하니까 하는 것일 뿐 의미가 없다.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내가 내 동료를 객관성없는 자료를 통해 줄세우기를 해야 하니 말이다.
할 수 없는일, 해서도 안되는 일을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평가자로 선정되지 않은 교사들은 그 고충을 모를 것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어쩌면 밤잠을 설쳤을지도 모른다. 교사수가 많지 않은 학교라면 그래도 교사들끼리 서로 잘 알 수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학교의 경우는 어떤가. 일년에 몇번 마주치는 것으로 끝인 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교사를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가 어떤 교사인지, 성격이 어떤지, 자질이 어떤지, 품성이 어떤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가. 교사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정말이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 바로 다면평가인 것이다.
교육부의 의도는 이런 것이다. 교장, 교감이 근평을 결정하니, 교사들이 참여해서 동료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옳다. 교장이나 교감보다 교사들이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것도 옳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제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다면평가이다. 허울좋은 다면평가는 당장에 폐지되어야 한다. 무조건 반대가 아니다.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교사들끼리 거짓을 꾸미라는 것밖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는 일단 평가만 하고 근평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어떤 보완이 나올지 모르지만 현명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안을 폐기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교장, 교감의 독단적인 평가가 염려스럽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물론 쉽게 답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좀더 머리를 짜낸다면 다면평가보다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안은 바로 우리들이 찾아야 한다. 다면평가의 문제점만 제기하지 말고 좀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서는 안될 일이기에 우리는 다면평가를 반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