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왜 이럴까?

2007.11.25 13:02:00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참 많은 세상이다. 하도 많다보니 우연만한 일은 그냥 흘려듣는 게 편하다. 이것저것 신경 쓰거나 알려고 하다가는 괜히 오지랖 넓다는 비아냥 듣기 쉽다. 그런데 너무 몰상식한 일이 벌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화도 내고 욕도 내뱉는다.

지난 23일, 도둑을 잡아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절도용의자에게 훔칠 물건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는 토막뉴스가 나왔다. 내용인즉 서울 화곡동의 성인 오락실에서 기계 40여 대를 도난당했고, 그 기계가 인터넷을 통해 3천만 원에 팔린 사실을 확인한 경찰이 추적 끝에 절도 용의자를 검거했다.

경찰들은 범행을 조사하다 용의자에게 범행 장소를 알려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오락실 바로 옆 지역을 관할하는 화곡지구대 소속 김모 경사였다. 영업정지로 문 닫고 있는 오락실에 평소 알고 지내던 용의자를 직접 데려가 범행장소를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속사정을 알기 어려운 게 세상살이지만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부인한다고 혐의가 다 벗겨지는 것도 아니다. 사업에 실패해 어려워하는 용의자에게 오락실의 위치를 가르쳐줬지만 자신은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김모 경사의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어느 학교를 가든 선배들이 몇 없는 고참 교사가 되었다. 여행지를 기웃거리며 누구 못지않게 세상살이를 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그런데 경찰이 절도장소를 알려줬다는 뉴스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그렇다고 나이를 헛먹었다거나 아직도 교양이 부족한 탓이라고 내 자신을 질책하지도 않는다. 그게 바로 일반 서민들이 세상의 잘못을 몸으로 부정하는 방법이다.

같은 날, 경기도 일부 교장들의 ‘공짜 여행 망신살’이 인터넷에서 주요 뉴스거리였다. 내용인즉 경기도내 일부 학교장들이 외부 업체의 지원금 또는 학교 예산으로 공짜 해외여행을 다녀와 교육자들의 도덕성 재무장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얘기라면 구구절절 할 얘기가 많은 나도 교육계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 누가 볼까, 남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을까 어깨를 움츠린다. 괜히 죄인이 된 기분으로 그 사건이 빨리 잊혀지길 바란다. 화가 나는 것이야 참으면 되지만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은 자기 입맛에 맞춰 보태거나 줄이게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종국에는 끼리끼리 논다거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소리를 들으며 엉뚱한 이야깃거리로 전락하기 일쑤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기도 일부지역에서 있었다는 일을 그대로 옮겨본다. 초등학교 교장 10명과 교사 1명이 초등학생 단기 해외연수 운영업체로부터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100여만 원씩의 경비를 지원받아 외국여행을 다녀왔다가 경찰에 적발돼 불구속 입건되었다.

문제는 이에 앞서 초등학교 교장 300여 명이 10차례에 걸쳐 그 당시 교육위원 부인이 대표로 있던 구호단체의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연수를 다녀와 눈총을 받았고, 초등학교 교장 13명은 여행사의 경비지원으로 금강산 관광을 다녀와 물의를 빚었으며, 지난 1월에는 중등학교 교장 7명이 중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일부 여행경비를 학교예산으로 충당해 말썽이 되었다는 것이다.

혹 그런 일은 있었더라도 땅덩어리 작은 나라에서 어느 일부지역에 국한되는 얘기라고 변명하기도 뭣하다. 어떤 일이든 자주 듣다보면 그렇게 보인다. 이런 얘기가 잊으려고 하면 튀어나오다보니 제돈 내고 해외여행 다녀오는 것도 의심받기 십상이다.

교육계의 실상을 일반인들이 알리 없다. 뉴스를 보고 내가 부도덕한 경찰에게 욕을 내뱉었듯 '여행 망신살'에 대한 얘기를 듣고 교육자를 욕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교육자는 일반인들보다 높은 도덕성과 사명감을 요구받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품성이자 인격이다.

학교같이 신용이 중요한 사회도 드물다. 작은 것이더라도 교육계 내에서 자주 잘못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발뺌을 하면 밖에서 교육계의 얘기를 곧이곧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다. 관리자는 학교의 책임자다. 학생, 학부모, 교사, 동문, 지역사회가 믿음으로 같이 어우러지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학교의 관리자든 교육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소소한 것까지 모두 알고 있다. 경력이나 위치도 존경받아야 마땅할 만큼 어른에 해당된다. 사명감에 불타는 젊은 교사들이 '어른들이 왜 이럴까?'로 고민하지 않게 해야 한다. 관리자들 때문에 교육자 전체가 욕먹는 일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교육발전이 앞당겨진다.

그놈의 돈이 뭔지 돈에 돌면 제정신이 아닌가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추한 꼴들이 다 돈 때문에 생긴 일이다. 돈이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탐하지 않아야 할 때도 있다. 세상살이 하면서 가끔은 ‘돈만 깨끗하면 다 깨끗하다’는 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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