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고 전폭 지원이 전부는 아니다

2007.12.08 08:42:00

매년 고등학교 입시철이 되면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전문계(예전의 실업계)고등학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올해도 예외없이 전문계 고등학교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교육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인문계와 전문계의 균형도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계고등학교만을 전폭지원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올해만 그런것이 아니고 이미 수년전부터 반복되었다. 다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전문계고 입시이전에 실시된 특성화고 입시에서도 시교육청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종선택은 학생과 학부모가 하는 것임에도 보이지 않는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생들에게 전문계고를 권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선학교에서는 당연히 학생들의 적성과 희망을 따져서 진로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시교육청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다.
 
특히 교감들에게는 회의나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학교별로 비교를 하면서 전문계고를 많이 지원하도록 독려했다. 학교별로 비교하면서 서울시내에서 몇위라거나 다른 교육청에 비해 너무 비율이 낮다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했다는 것이다. 교감들에게는 당연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그 교감들은 학교에 돌아와서 3학년 담임들에게 한마디씩 이야기를 건넨다. 시교육청에서는 지역교육청에, 지역교육청에서는 각 학교 교감에게, 각 학교의 교감들은 3학년 담임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을 넣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학급에 전문계를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원하는 학생이 없을 경우는 담임교사도 부담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된다. 결국 필요이상으로 전문계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만이 전문계고 진학 희망자를 확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표면적으로 볼때는 절대로 강제성이 없다. 전문계고의 장점을 진로교육에서 활용하라는 것이 시교육청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일선학교에서는 부담감을 항상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선 중학교에 대한 담임장학협의시에도 전문계고 진학비율을 포함시킨다. 3학년 재학생 몇 명 중에 전문계고 진학자가 몇명이냐는 식의 비율을 따진다. 전문계고 입시가 끝나고도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선학교에서는 가급적 전문계고를 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계고 입시가 끝났지만 교감들은 또 다른 염려가 있을 것이다. 교감회의나 각종 교감참여모임에서 각 학교를 비교하면서 내년에는 잘하라는 식으로 압력을 가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 교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또한가지, 전문계고와 특성화고의 원서접수현황을 시교육청에서 서울시내 중3담임의 e-mail로 원서접수기간 내내 매일같이 보내주었다. 매우 유용한 정보로 충분히 활용했다. 그러나 입시가 끝나고 나서는 이런 안내가 없다. 어느학교가 얼마나 지원했는지에 대한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다. 접수기간에만 알려주는 것이다. 왠지 씁쓸함이 앞선다.

더욱이 억지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 전문계고에 지원을 했던 학생중에서도 탈락자가 나오게 된다. 그 학생들은 진로선택을 위해 엄청난 고민을 했다. 그런데 탈락한 것이다. 시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독려한 탓에 무난히 인문계 진학이 가능한 학생이 한번의 좌절을 겪은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그냥 전문계고에 많이 지원하도록 하면 그만인 것이다.

전문계고를 활성화 하려는 국가적인 시책을 시교육청에서 따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또한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진로지도를 해야 하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의 방법은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 없다는 생각이다. 진로선택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맡기고 교사는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 무조건 전문계고를 권한 후에 발생되는 문제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에서 무조건 어느 한쪽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전문계고를 권하는 만큼 인문계에 대한 진학지도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후에 최종선택은 학생과 학부모가 맡아서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입시가 끝난후에는 입을 다물고 그 어떤 소식도 전하지 않는 서울시교육청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전문계고 모두가 정원을 넘겼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대량 미달사태가 발생했다면 학교에 대한 또 한번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었을 것이다. 균형잡힌 진로지도를 독려하는 시교육청의 자세를 촉구한다. 학생들의 진로선택이 중요한 만큼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진로지도를 하는 것도 학교와 교육당국에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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