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4일 발표한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2006년 결과를 두고 교육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06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57개국 대상 조사) 결과 한국 고교 1년생 과학부문 순위가 불과 6년 만에 세계 1위에서 11위로 추락했다. 특히 미래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에 핵심 구실을 담당할 최상위 5% 이내 학생의 순위는 지난해 17위까지 추락해 더욱 심각한 모습을 보였다.(매일경제신문, 2007.12.06}
이를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단순한 암기위주식 교육이 불러온 문제, 7차교육과정에서 과학탐구영역을 선택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 등이 있다. 당연히 옳은 분석이라고 본다. 또다른 시각에서는 학교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문제삼기도 한다. 그것도 백번 옳은 진단이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한다. 과학교사의 한사람으로 전적으로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예산증액은 가장 간단히 할 수 있는 문제이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예산증액이 어디 과학교육분야에만 집중적으로 될 수 있는 문제인가. 그러나 이번의 문제는 단순히 넘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문제의 본질을 7차교육과정으로만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진단이 아니다. 7차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이전에도 학생들은 수학, 과학등의 힘들고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고등학교의 인문계와 자연계의 비율을 보더라도 대부분 자연계보다는 인문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인문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많은 비율이 바로 수학, 과학때문에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기피과목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외국의 경우처럼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그 중에서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이,공계가 부활되지 않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단순히 7차교육과정만으로 문제를 한정지을 수 없는 이유이다.
과학교육은 어느시기부터 부실화가 초래되었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그보다는 우리사회 전체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즉 어려운 일보다는 쉬운일을 찾는 분위기에 학생들도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과학교육활성화의 길이 될 것이다. 단순히 과학교육의 예산을 증액시킨다고 해서 과학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과학수업시수를 늘린다고해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 이런 기본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에서 기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일선학교의 과학실을 개,보수 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규모 학교라도 과학실은 2개 이상을 갖춘 학교가 많지 않다.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학급수가 30학급인데, 과학실은 2개 뿐이다. 2개의 과학실에서 30학급의 과학교육을 실시한다고 생각해 보면 과학교육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기준으로 30학급에서 필요로 하는 과학실의 갯수는 3개이다. 그래야 100%확보가 되는 것이다. 과학교사 6명이 하루에 수업을 4시간씩 한다고 하면, 하루에 이루어지는 과학수업시수는 모두 24시간이 된다. 적절한 실험을 하려고 해도 실험실 문제로 제대로 실험을 할 수가 없다. 언론에서는 단순히 암기위주식 수업을 한다고 하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예산투입해서 기자재 확보하고 실험실을 개, 보수 하는 것보다는 여건을 좀더 확실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개의 과학실험실이 있는 학교는 3개이상으로, 3개의 과학실험실이 있는 학교는 4개 이상으로 늘려서 실질적으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험을 통한 수업만큼 학생들에게 이해를 쉽게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실험수업이다. 실험 자체를 모두 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학생들을 자주 실험실로 부르는 것이 좋다. 흥미없는 과목이 되기 이전에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7차교육과정의 수정고시안이 2009년부터 시작되는데, 고등학교 1학년의 과학시수가 1시간 늘어나도록 되어있다. 시간을 늘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더라도 일선학교의 실험실 여건개선은 더욱더 중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과학교육을 담당하는 일선교원들의 의욕이 앞서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학생들에게 흥미있게 지도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교과서위주의 단순한 교육을 탈피해야 하는 것이다. 입시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긴 하지만 기초를 튼튼히 하고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해야 한다. 몇 년후면 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말로만 하는 과학교육활성화는 필요가 없다. 정부와 교육부, 시,도교육청, 각급학교에서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충분한 여건조성과 함께 교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변화도 함께 해야 한다. 쉬운길을 택하기 보다는 어렵지만 보람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 그것이 과학교육활성화를 위한 최대의 방안이 될 것이다. 다함께 과학교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