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부모 모두 괴롭다

2007.12.13 08:36:00

2010학년도부터 학생·학부모가 희망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학생 배정방법을 개선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발표가 있은 후 이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다. 특히 현재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학생들과 학부모는 기대반, 우려반인 상태지만 고등학교 학생배정방법의 개선에 대해서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주요내용은 2010학년도부터 서울시내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에서 학생·학부모가 희망하는 학교를 먼저 선택한 후 교육청에서 추첨배정하게 되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 늘어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과 적성 및 진로를 고려한 학교 선택이 가능해지고,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교에 대한 자긍심과 학습동기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일선고등학교에서는 학교의 교육경쟁력이 강화 될 수 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가 많이 선택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간 위화감 조성이나, 여건에 따라서는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교육청에서는 여건이 어려운 학교에 대해서는 행·재정적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0학년도 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배정원서작성에 돌입했다. 올해와 내년에 미리 시스템을 점검하여 실제로 시행하는 시기에는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리 준비하여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교육청의 노력이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보완을 거쳐 훌륭한 제도로 발전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의배정원서 작성을 미리 해보는데, 왜 현재의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가이다. 더우기 시기도 왜 지금이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요즈음에 중3학생들은 후기일반계고등학교 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고등학교에 대한 선지원도 함께 받고있다. 그런데 여기에 이번의 모의배정원서를 작성하도록 하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현재 3학년 학생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통신문을 내보내고 모의배정이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진학한다고 가정하면 어느학교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했다.

그럼에도 일부 학부모의 경우는 어느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좋으냐는 등의 문의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학생은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혼선에 빠져있는 것이다. 여기에 원서작성을 한창하는 3학년 담임교사들은 너무나 바쁜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학생과 학부모에게 모의원서를 전달하여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시간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고 단 하루, 이틀사이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통해서 모의원서를 회수하는 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더우기 모의원서와 올해 후기일반계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수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회수된 모의원서만 제출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후기일반계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수와 일치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의 모의 원서를 회수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물론 현재의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학생수가 일치해야만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실제원서작성을 하는 시기와 겹치도록 한 것은 교사는 물론 학부모도 혼선에 빠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시시템운영상 큰 문제가 없다면 현재 중2나 중1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실제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3학년 학생들이 혼라스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1,2학년을 활용하는 것이 학교나 학부모 모두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기도 지금보다 앞당기거나 늦추었어야 한다. 물론 어떤 사정이 있기에 꼭 중3학생에 지금의 시기가 필요했었는지는 자세히 알길이 없다. 현재의 고등학교 배정프로그램을 조금 변형시켜 활용한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왜 꼭 중3학생이어야 하는지는 이해하기어려운 부분이다. 말 그대로 모의원서 작성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의욕에 공감이 안가는 것은 아니다.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지면 정책자체가 부정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정책추진보다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생각을 넓혀야 한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고 하지만 내년에도 모의배정을 한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학교는 학교대로 정신없이 바쁘고,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배려해 줄 수 있는 시교육청의 자세가 아쉽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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