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2007.12.28 14:12:00


  현장 교원으로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은 그 동안 득표 전략을 위해 실현 가능성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검증도 되지 않은 장밋빛 공약은 일찌감치 거두어 가라는 것이다.

  이것을 강행하려다 보면 오히려 국가재정만 축나고 국가발전의 저해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오히려 실망만 안겨주게 되니 아니함만 못한 것이다. 이 당선자가 내세운 교원평가제, 5-10년 주기 교원연구년제, 수업시수 법제화 등의 공약은 눈에 확 들어오나 교육재정 확보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임기말 GDP 6% 확보 공약은 꼭 지키길 바란다.

  이 당선자는 공교육 강화를 위해 다음의 3가지를 시급히 개선해 주기 바란다.

첫째, 올 5월 통과된 교원승진규정개정안 재개정이다. 학교 현장은 지금 말이 아니다. 교사들의 생명은 수업인데 교재연구에 정력을 쏟아야 할 교사들이 근평과 승진가산점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교단을 승진의 각축장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25년 교직경력 반영기간을 20년으로, 점수도 90점에서 70점으로 줄였고 근평의 반영기간과 비중도 2년에서 10년으로, 80점에서 100점으로 만들어 놓은 결과 학교현장은 아수라장이다. 과거엔 승진을 앞둔 몇몇 고참교사만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제는 교직 11년차부터 승진 대열에 서게 만들어 놓아 선후배가 없어지게 만들었다. '근평찾아 삼만리'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였다.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 성실히 근무할 생각은 않고 '어느 학교, 어느 교장을 찾아가야 근평관리를 하나?'가 지상과제가 되고 말았다. 자연히 교육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가르치는데 전념해야 할 교사가 승진이라는 잿밥에 신경을 쓰게 만든 것이 지난 5월에 통과된 승진규정인 것이다.

  모 초등학교 교장은 말한다. 개악된 승진규정은 정년을 앞당겼다고. 20년 경력 교사가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면 자연히 일찍 교단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의 노림수인지는 모르나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경력은 25년으로 환원하고 근평 반영기간은 5년 정도로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 중에서 2-3개 정도 택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둘째, 교원의 사기 진작이다. 보수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얼마나 학생 인권을 강조했는지 학교가 황폐화되고 말았다. 학생 인권이 살아 날뛰어 교사의 지도가 먹혀들지 않는 학교가 된 것이다. 교사의 인권은 어디론지 사라져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협박을 당하기까지 하는 학교현장이 되고 말았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학생지도를 포기하는 교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열심히 학생을 지도하려는 교사가 줄어들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의욕적으로 지도하는 교사가 바보 취급을 받고 급기야는 교육 방관자로 돌아서는 일만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꿩(학생) 잡는 것이 매(교사)인데 매가 신바람나서 꿩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교육이 살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들 가르치는데 신바람이 나 있고 생활지도에서 보람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말한다. 교사들은 교사라는 자존심과 교육의 보람과 긍지를 먹고 산다고.

셋째, 고교평준화 재검토다. 고교 정원 미달로 아무나 고교에 입학을 하다보니 중학교 현장은 학력저하 현상이 역력하다. 수업 시간 교사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는데 학생들은 딴청이다. 그들은 말한다. "공부 안 해도 고교에 쑥쑥 들어가는데 선생님들이 왜 성화냐?"고 항변이다.

  입시 부담을 덜어준다는 평준화가 하향 평준화 내지는 평둔화가 되어 국가 경쟁력 저해 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중학교 3학년 2학기말 고사 성적이 엉망이다. 고교 입시에 반영이 안 되어 철부지 학생들은 '장난으로, 아무렇게나' 시험에 임하고 있는 현실이다. 모 중학교 모 교과는 평균이 50점이라니 이건 제대로된 교육이 아닌 것이다.

  고교 평준화, 이대로는 안 된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고입 일정을 재조정하고 2학기말 고사도 내신에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학생들은 입시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공부와 고사는 무의미하다고 여겨 교육 파행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 잘못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지도를 해야 하고 제도 또한 정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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