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시작과 끝이 있다. 어떤 일의 처음 단계인 시작과 마지막 단계인 끝은 같은 선상에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
‘시작’이라는 말 자체가 설렘이고 희망이다. 더구나 한 해를 새롭게 맞이하는 시작은 무한한 희망이 담겨있다. 그런데 ‘끝’에서는 왠지 작고 초라함이 느껴진다. 말만 내세우고 마무리를 제대로 하는 일들이 없다보니 그럴 만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신년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 한 해 뜻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짧은 덕담으로 신년사를 대신했지만 관심 밖이었다. 언론의 조명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신년사는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 다 함께 열어갑시다’로 시작해 ‘마음을 다잡고 신발 끈을 조여 맵시다.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하면 그 길이 훤히 열립니다’라는 말로 다짐과 희망을 얘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뒤끝이 초라한 것을 원했을 리 없다. 5년 후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게 국민들의 마음이다. 국민들의 심판이 이렇게 준엄하다는 것을 안다면 당선의 기쁨보다 책임감이 앞서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발 빠르게 활동을 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일이 꼬여 감당하기 어렵다. 잘못된 일이더라도 한번 시작하면 밀어붙이게 되어있다. 그래서 시작을 잘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수위원들에게 주어진 임무다.
밝은 태양이 눈앞에 보인다면 국민들은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참고 기다린다. 삶이 편안해진다면 신발 끈도 조여 맬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려면 위에 있거나 앞서가는 사람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라는 글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http://www.17insu.or.kr)의 메인화면에 크게 써있다. 대통령 당선자는 새해 첫날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새해에는 국운이 융성하는 해가 되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잘 섬기고 희망을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없다. 제발 그렇게만 되면 좋겠다는 것이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그런 바람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 시무식에서 ‘나 자신과 내가 소속된 부처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근사하게 만든 보고서보다는 혼이 들어간 보고서라야 한다’고 말한 것이나 인수위원회 활동을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지 말라는 것도 그중 하나다.
삼권이 분립되어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대통령이다. 흔한 말로 마음만 먹으면 측근들에게 한자리씩 줄 수 있는 위치이고 또 그렇게 해왔다. 여러 가지 인연을 찾아내며 줄을 대려고 주변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일들이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주변의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만들기에 초석이 된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 당선자의 인사권이 자유로워진다. 대통령 당선자가 능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적재적소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선대위원들 스스로 인사 청탁이나 이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며 충북교육 발전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이기용 충북 교육감의 선대위 해단식은 생각해 볼 게 많다. 진정 국민에게 희망 심어주기를 원한다면 5년 후 세계에서 이명박 정부를 벤치마킹하게 만들겠다는 인수위원회가 충북 교육감 선대위 해단식을 벤치마킹해 대통령의 발목잡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