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교원보수 세계 최고’라는 뉴스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왜 하필이면 이런 뉴스가 주목을 끌게 되었을까. 혹시 지난 15일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더 내고 덜 받는’구조의 연금법개정안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교사의 월급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니 참 다행(?)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물가 상승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봉급 인상을 늘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를 본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그런데 이와 같은 결론을 끌어낸 사고과정이 해괴하게 이를 데 없다. 교원의 봉급 총액과 구매력 지수(PPP: Purchasing Power Parity)와의 상관성을 통해서 이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비교 시점이 가히 놀랄만하다. 교원의 연간 급여는 시장 환율이 1달러당 1,200원대(2004년 기준)를 기준으로 하였고, 봉급 액면가의 구매력 지수 환율은 700원대를 기준으로 하였다고 한다. 이런 셈법으로 계산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모든 공무원의 봉급이 세계적 수준일 터인데 유독 교사의 봉급만이 세계 수준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연구자가 대학교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대학교수의 봉급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묻고 싶다. 아마도 행정안전부의 연금개혁과 맞물려 교원의 불만을 왜곡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내놓고 말하기는 좀 쑥스럽지만 우리나라 교원들이 세계적 수준의 봉급을 받고 근무한다면 정말 자랑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사실은 교원의 임금 수준은 7급 공무원 입직 일반직에 비해서 약간 높고, 경위 입직 경찰에 비해 약간 낮다고 한다. 중앙인사위원회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500인 이상 고용 기업의 82.3%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원보수가 세계 수준이라면 당연히 일반 공무원과 경찰 공무원의 보수 수준도 당연히 세계 상위의 수준일 것이다. 이런 셈법으로 따진다면 500인 이상의 대기업 사원들은 슈퍼등급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교사의 봉급이 세계 수준이라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가 흘러나왔을까. <교육시장에서의 정부 역할 개선 방향>을 마련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수단으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궁색하고 안타까운 논리라고 생각된다. 우리 교원의 봉급 수준이 세계적이라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급여를 받고 있는 대학교수를 포함한 모든 공직자의 봉급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왜 교사의 봉급만 보였을까.
학자의 눈에 비친 논리가 이러할진대 일반 국민의 정서와 감정은 얼마나 곱지 않을까를 생각하니 식은땀이 난다. 하나의 사실을 이렇게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놀라운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항상 모든 일에는 솔직하고 진실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연금개혁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 부담률도 연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었고, 경제 위기 때마다 연기금을 잘못 운용해 온 정부 책임도 매우 크다. 곳곳에 시장성을 도입하면서 왜 공무원연금에는 시장논리가 배제되는가. ‘더 내고 덜 받는’구조가 시장주의 원리에 맞는가. 물론 사정이 오죽하면 그런 논리가 동원될까 안타까움이 있지만, 만족하지 못한 봉급에도 불구하고 연금 하나 믿고 생활해 온 이 땅의 모든 공무원의 노년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