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추락이 먼저냐, 공교육 붕괴가 먼저냐’에 관한 문제도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만큼이나 복잡해 주장하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하지만 교권 추락에 대한 우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제 교권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충북 청원군의 한 중학교에서 여교사가 중학생과 학부모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충청타임즈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지난 10일 낮 12시30분쯤 교무실에서 중학생 C군과 그의 어머니는 학교 측의 전학조치에 대해 3학년 부장교사와 말다툼을 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동료 여교사가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C군과 어머니가 화를 내며 언쟁 장면이 촬영된 휴대전화를 뺏으려는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정도 선에서 그쳤더라면 도의적으로 이렇게 지탄받지 않았을 테고 서로 서운한 감정을 풀기에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C군이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아 쓰러뜨리고 머리를 20여대 정도 폭행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이 장면을 촬영한 것을 따지기 이전에 C군의 어머니가 ‘내 아이를 문제 학생으로 본 근거를 대라’며 3학년 부장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C군이 '교무실 바닥에 침을 뱉으면서 욕설을 한 것'이 과연 정상적인 행동이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동영상 증거를 없애기 위해 빼앗은 휴대전화를 개수대에 넣고 물을 틀어 망가뜨렸다는 그 자체가 바로 무엇을 뜻하는가? 자기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자기들의 잘못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학교는 아이들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헤어지는 마당이라고 막말을 하고 막가는 행동을 해도 되는 곳이 아니다. 이날의 행동이 우발적이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교권을 경시하는 풍조가 조성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다 교권 추락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용서하는 일도 쉽지 않다.
재발을 방지하고 실추된 교권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문제가 일어나면 발 빠르게 대책회의를 열고,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법적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일어난 뒤에 이루어지는 일들은 모두 사후약방문이다. 그전에 교권이 보호될 수 있는, 교원이 존경받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학교를 방문해 사과하기로 했으나 오히려 항의를 하고 돌아갔다는 C군과 학부모가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문제를 확대할 생각이 없다.’는 피해 여교사의 진심을 헤아려봐야 한다.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교육은 올바른 길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같다. 한 달여 간 나를 괴롭혔던 부모를 법률사무소에서 무고죄로 고발하라는 것을 아이를 생각해 용서했던 오래전의 일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