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초·중·고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29개 지침을 이날자로 즉각 폐지하고 규제성 법령 13개 조항을 6월중 대폭 정비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방안이 발표된 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이다. 이번의 계획추진에 따라 상당한 권한이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에 이양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발표된 계획에따라 학교 운영의 구체적 사항을 규정한 0교시 및 심야.보충수업 운영 지도 지침, 초등학교 정규 교과 수업을 금지하는 방과후학교 운영 지침, 현행 과목별 운영이 가능한 수준별 이동수업 운영 지침 등이 폐지된다.
수준별 이동수업 운영은 해당 학교가 시설여건, 학생.학부모의 요구와 수준에 따라 적합한 수업 방법을 자유롭게 결정,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전면적인 우열반 편성이 가능해졌다. 시사적 문제를 다루는 특별 수업인 계기교육 수업 내용 지침, 학습 부교재 선정 지침, 사설 모의고사 참여 금지 지침 등도 없어진다.
단위학교에서 교육과정편성 및 운영에 관한 부분도 상당히 자율화되어 학교장과 학교구성원들에게 전면적으로 이양되고, 시·도 교육감의 권한이 대폭강화된다. 교원인사권도 시·도교육감에게 이양되어 교육감의 권한이 대폭강화된다. 앞으로는 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행사하던 권한이 각 시·도 교육감과 일선학교 학교장에게 이양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문제는 시·도교육감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된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단위학교에 많은 권한을 넘겨준 것으로 발표하고 있으나, 시·도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일선학교는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과정운영의 자율권을 일선학교에 넘기겠다고는 하지만 각 시·도교육청에서 자율권을 전면 보장해 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완전한 권한이양을 위해 각 시·도 교육감은 일선학교에 대한 권한이양을 확실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규제일변도 정책추진으로는 일선학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학원강사등 영리단체의 강사들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부분 역시 공교육활성화를 위한 방향에 적합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방과후 학교는 최소한 학교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위학교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진행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일선학교 교원들을 중심으로 운영을 하도록 하고, 그래도 강사확보가 어렵다면 현재의 방과후학교 강사인력풀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선학교 교원이나 방과후 학교강사들도 충분히 훌륭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준별이동수업의 경우도 일선학교에 완전히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하지만, 우열반 편성이 가능해짐에 따라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현재도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대우 한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우열반을 편성함으로써 학생들이 또다른 좌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이런 우열반 편성이 공교육활성화에 기여할 것인가도 충분히 따져보아야 할 문제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권한이양이 시·도 교육감에게 편중되어 있어 단위학교에서의 권한행사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도리어 시·도 교육감의 권한이 더욱더 강화되어 일선학교에 규제를 가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선학교의 학교장과 구성원들이 주어진 권한을 어떻게 받아들여 조속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도 검토되어야 할 문제이다. 아직은 권한을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각 시·도교육감에게 이양된 권한은 반드시 일선학교까지 이양되어야 한다. 특히 단순한 권한이양보다는 공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이양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그에따른 책임도 철저히 묻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시·도교육감과 학교장 모두 책임을 질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권한이 이양되겠지만 모든 권한은 공교육강화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