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살아야 한다

2008.08.05 08:44:00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독도 문제에 파묻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황우석 프로젝트가 결국 좌초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수암생명공학원이 제출한 ‘치료목적의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한 인간배아줄기세포주 수립에 관한 연구’ 계획서(연구책임자:황우석)를 승인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논문 조작 파동에서 벗어나 재기를 꿈꾸던 황우석 프로젝트도 결국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복지부는 이번 결정이 연구에 따른 잠재적 효과와 경제적 가치보다는 책임연구자인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등 윤리적 문제가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밝혔다.

향후 황우석 박사가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기를 원할 경우, 국내에서는 불가능하고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황 박사에 대한 외국 생명공학계의 스카우트 제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복제 배아 생성시 체세포를 이용하여 복제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연구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국내에서는 사실상 황 박사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황 박사가 연구하고 있는 체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줄기세포는 연구자가 많은 성체 줄기세포 방식과는 달리 장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배아줄기세포가 인간의 난자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있으나, 배양에 어려움이 있는 성체 줄기세포와는 달리 수정란에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배양이 용이하고 이식후 면역거부 반응이 현저히 낮은 장점이 있다. 특히 일정한 조건만 갖추어지면 신체의 어느 기관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에 신기원을 이룩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이 같은 효과 때문에 비록 조작으로 밝혀지긴 했어도 사이언스에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 관련 논문이 게재되자 세계가 주목했던 것이다. 당시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황우석 박사가 연구하는 맞춤형 줄기세포가 상용화되면 한 해 300조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 같은 분석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이고 후손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도 실로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황우석 박사의 연구 재개와 관련하여 유향이 쓴 <설원(說苑)>에 나오는 초나라 장왕의 일화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장왕이 신하들을 위로하기 위해 베푼 주연에서 한 신하가 임금의 애첩을 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왕은 극형에 처할 수 있었지만 범인을 밝혀내지 않고 너그럽게 용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몇 년 후, 진나라와 국운을 건 전쟁이 벌어졌을 때 한 장수가 앞장 서 불리한 전세를 뒤집고 대승으로 이끌었다. 알고 보니 그 장수는 다름 아닌 임금의 애첩을 희롱한 신하였다. 극형을 면한 신하는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움에 나섰던 것이다.

물론 황우석 박사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조작으로 아직 재판중이고 무엇보다도 과학자의 신뢰성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연구 복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황 박사의 잘못을 오로지 개인의 윤리의식 만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황 박사가 남긴 오점으로 인해 우리 과학계가 한 단계 성숙한 것은 물론이고 젊은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교육심리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다. 이는 개인의 열정에 타인의 기대나 관심이 더해지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이론이다. 감기 환자에게 약리 작용이 전혀 없는 가짜 감기약을 주면, 그 물질을 복용한 환자가 실제로 치유된다는 ‘플라시보 효과’도 있다. 이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왕이 대역죄에 처할 신하를 용서하여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에서 승리했듯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황우석 박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는 일이다.

이번 결정으로 황 박사의 연구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수암생명공학원이 재신청이나 이의 신청을 통해 얼마든지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국운 융성을 주도할 인재는 고난과 역경을 통하여 성장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이번 결정을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황우석 카드를 버리는 것은 어쩌면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뼈아픈 과오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황우석과 대한민국은 둘이 아니다. 오로지 하나로서 함께 살아야 한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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