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난의 교육생각] 소풍 못 가는 현실, 국가가 책임져야

2026.05.06 19:05:30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교육부 장관에게 현장 체험학습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대통령은 학교에서 소풍과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이 줄어든 현실에 대해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미 있는 언급이다.

 

또한 대통령이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내각에 지시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학교 현장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장관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말이 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장관 답변은 학교 현장의 답답함을 해소하기에 미흡했다. 문제의 원인과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핵심을 보고하고 관련 부처에 협조도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학생 기회 빼앗는 제도

그 이유는 첫째, 소풍 등 체험학습은 학생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학교장의 재량 사항이다. 학교의 여건상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갈 수도 있고,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안 갈 수도 있다. 만약 더 많은 학교와 학생이 현장 체험학습을 하도록 하려면 국가가 여건을 조성하고 법적·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학교와 학생의 소풍 기회를 빼앗은(?) 것은 교육부와 행안부,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국가다.

 

둘째, 대통령의 구더기와 장독 이야기는 지극히 옳다. 다만 구더기와 장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장관들이 제대로 파악하고 대통령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구더기’는 현장 체험학습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전적으로 묻는 국가 사법 시스템과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감의 소극적인 대응이다.

 

‘장독’은 학생의 안전과 학습을 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들이 있는 학교 현장이다. 즉, 대통령이 지적한 구더기는 잡히면 죽을 수도 있는 ‘무서운 호랑이’이고, 장독은 안전한 학습을 제공해야 하는 ‘학교와 교원’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호랑이로부터 교원을 지켜야 하며, 그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차에서 내린 후 해당 버스 운전기사의 부주의로 인해 후진 중에 학생 1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법원은 인솔 교사에게 주의의무 소홀을 이유로 금고형의 유죄를 판결했다. 교사의 직을 박탈하는 중한 처벌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잘 따라오라고 한 후 20여 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다.

 

도대체 몇 미터 이동할 때마다 뒤를 한 번씩 보아야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 되는가. 부모는 관광지에서 자녀들 2~3명 데리고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교사에게 20여 명의 학생을 인솔하라고 하고 안전사고 시 고의나 중과실도 아닌데 유죄라고 판결하는 국가 시스템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장독’ 보호 시스템 구축 기회

셋째, 학교에 비용을 지원하고 안전요원을 추가 채용하는 것은 체험학습 운영에 도움이 되지만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강원도 하급심 판결에서 학생 대열의 후미에 있던 보조교사에게는 안전관리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가 인정됐다. 법적 책임이 없는 안전요원을 늘린다고 교사 책임이 완화되지 않는다.

 

정규 교사를 늘려서 체험학습이나 교육 활동 침해로 휴가 사용 시, 장애학생 통합교육 실시 등 학교의 교육활동에 교사를 추가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와 행안부 등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오히려 교원 수를 줄이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인구 감소에 비례하여 공무원 수, 공공기관 직원 수 등도 줄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가가 교사 홀로 위험을 감수한 채 수십 명을 인솔해 의무사항도 아닌 소풍을 가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일이다.

 

대통령은 내각에 아이들을 위해 장독을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내각은 맹호 같은 국가 시스템을 개편하고 교원과 학교가 민·형사상 안전을 체감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정규 교원 확보를 포함한 행·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한 소풍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교사가 안전해야 학생도 안전하다. 대통령도 교권과 학생인권은 제로섬이 아니라고 언급하고 실질적 교권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교육 당국은 이번 기회를 잘 살리기 바란다.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 전 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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