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빛을 찾고자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2008.08.07 14:35:00

청소년기는 갈등의 시기이다.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시기이다. 그러나 그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갈등을 하다 일탈을 하기도 한다. 그 일탈 행위가 자기 자신을 찾는 행위가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질퍽하고 어두운 골목의 늪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눈물을 흘리게 된다.

열여섯 살인 두 아이가 있다. 한 아이는 남자고 한 아이는 여자다. 남자 아이의 이름은 제이미이고 여자 아이의 이름은 에비다. 둘은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떤 대가를 치루기까지 그 상처를 외면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잿빛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친다. 하수구 같은 삶을 살면서도 희망을 찾으려 애를 쓴다. 성장소설인 팀보울러의 <스쿼시> 속 제이미와 에비는 서로의 그림자를 도와주며 자신을 찾아가려 한다.

제이미는 스쿼시에 재능이 있는 소년이다. 스쿼시 협회의 장이기도 한 제이미의 아버지는 제이미를 세계적인 스쿼시 선수로 만들기 위해 강압적으로 훈련을 시킨다. 게임에 지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제이미는 점차 곪아간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늘 자기 방식대로 끌고 가려 한다. 어쩌다 반항의 몸짓이라고 보일 성싶으면 여지없이 주먹이 날아온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오직 너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제이미 아버지의 모습은 사실 성공에 목말라 하는 우리나라의 일부 아버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스쿼시를 하면서도 제이미는 항상 불안해 한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폭력과 위협까지 하면서 우승성적에만 집착하는 아버지와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어머니, 그 속에서 제이미는 정말 자신이 스쿼시를 사랑하는가 반문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분노한다.

"그는 아버지에게 맞는 게 싫었다. 아버지는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 손힘이 무서울 정도로 고, '적당함'을 참지 못했기 때문에 제이미가 참아야 하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고통만이 제이미를 괴롭히는 것은 아니었다. 폭력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항상 무력감이 남았다. 무시당했다는 비참함, 아들로서 사랑받지 못했다는 슬픔이 제이미를 괴롭혔다. 그래서 제이미는 항상 마음속에 분노와 반항심을 품고 있었다."

매를 맞고 살아가는 아이가 어디 제이미 뿐일까. 우리 주변에도 매를 맞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들과 항상 함께하는 내 주변에서도 아버지로부터 매를 맞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매를 맞는 이유는 대부분 부모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자식들의 행동이나 성적 같은 것들이 마음에 차지 않아 손찌검을 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다 너희들을 위해서라고. 그러면서 아이들을 경쟁의 밀림 속으로 막 밀어낸다. 따라오지 않으려 하면 또 매를 댄다. 물론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다 너를 위해서.'

그러나 매를 맞고 살아가는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는 무력감에 빠진다. 인정받지 못한 존재라는 사실에 불안해하면서 방황을 하게 되고 막다른 골목에 서면 가출이라는 일탈행동을 하게 된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에 빠져 무조건 일을 저지르게 된다.

제이미도 그랬다. 제이미는 어버지의 위협 속에서 운동을 하면서 늘 소망하며 이런 비밀일기를 반복적으로 썼다.

"언젠가는 아버지도 날 인정해주시겠지. 손찌검 대신에 안아주시겠지. 스파이더네 가족처럼 나와 아버지도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야. 아버지가 나를 존중해줬으면……. 왜 아버지는 나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할까. 난 아버지를 존경하고 있는데…… 정말 아버지를 사랑하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아버지가 그걸 막아버린다."

그러나 제이미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그는 가출을 감행한다. 제이미의 가출은 아버지에 대한 반항이면서 자신의 유약한 껍질을 깨고 알로부터 나오기 위한 행위이기도 했다. 인정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한 자신을 담금질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제이미의 일탈 여정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아니 더 비참한 한 소녀 에비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에비는 열네 살에 집을 나왔다. 집을 나온 후 거리를 헤매다 거리에서 만난 불량남자의 꾀임에 빠져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다 임신까지 하게 되고 만삭의 몸이 되어 도망친다. 쫓기는 몸이 된 에비는 숨어 지내다 허름한 창고에서 우연히 제이미와 만나게 된다.

그런데 왜 에비는 열네 살이란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왔을까. 소설 속에선 아주 짧게 에비의 말을 통해 언급되었지만 제이미와 이유가 비슷하다.

쌍둥이 남매인 에비는 부모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자란다. 에비의 부모는 쌍둥이 남동생만을 사랑하고 관심을 둔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애를 쓰지만 돌아오는 건 거친 무관심과 냉대뿐이다. 참다못해 가출을 하게 되지만 슬픔과 고통과 아픔만이 돌아온다. 그러다 제이미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고 미혼모의 쉼터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 한다.

사실 제이미와 만삭의 소녀 에비의 만남은 불량소년과 소녀의 단순한 만남이 아니다. 소년은 소녀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혼란스럽고 방향성을 상실한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본다.

늘 불안하게 떨며 살아가는 소녀는 소년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둘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된다. 서로간의 애틋한 마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통해 사랑을 느끼지만 둘은 각자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결국 제이미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제이미는 예전의 소년이 아니었다. 유약했던 자신의 껍질을 벗어내고 좀 더 강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을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세요. 그리고 스쿼시는 잠시 쉬겠어요. 어쩌면 영원히 그만둘지도 몰라요. 그 모든 건 제가 결정하게 해주세요."

자식들은 모두 부모로부터 사랑과 관심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 주변에선 그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다. 내 주변에도 그런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의 부모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하는 말이 '아이에게 칭찬 많이 해주시고 사랑 좀 많이 주세요'다.

제이미와 에비도 아버지의 사랑을 원했지만 제대로 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결국은 가출이라는 일탈을 하게 됐다. 그 결과 에비는 미혼모가 됐다. 미혼모가 되기까지의 에비의 삶은 시궁창 그것이었다. 그러나 둘은 다시 일어서려 한다.

부서지고 깨지고 눈물을 흘렸지만 그 속에서 둘은 절망하지 않고 햇살을 향해 가고자 한다. 진흙창 속에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연꽃이 피듯 아픔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우려 한다. 난 아픔을 깨고 일어서려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보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식들을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뒤늦은 깨달음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도.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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