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산촌 유학 보내줘서 고마워요

2008.09.07 20:21:00


보충수업을 끝내고 잠시 책을 읽고 있으려니 한 아이가 다가와 무슨 책 읽느냐고 묻는다. "응, 산촌유학" 했더니 대뜸 "산촌 유학이 뭐에요? 그런 유학도 있어요?"한다. 해외 유학도 아니고 산촌 유학이라니, 그런 유학도 있나 싶었나 보다.

하기야 <산촌 유학>(고쿠분 히로코 지음, 손성애 옮김, 이후 펴냄)을 읽는 나도 '산촌 유학'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사실이다. 그러니까 산촌 유학이 뭐냐고 묻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유학 하면 보통 해외 유학을 떠올린다. 해외 유학이 아니더라도 우스갯소리로 산골이나 어촌에서 도시에 올라와 학교에 다니는 것도 유학 왔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시의 학생들이 산골마을이나 농촌마을의 학교에 다니기 위해 온 것도 일종의 유학이라면 유학이다.

일본에서 산촌 유학이 시작된 지는 30년이 넘었다. 우리나라에선 2007년에 산촌 유학이 생겼다. 일본의 산촌 유학이 정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우리의 산촌 유학은 이제 막 걸음마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산촌 유학이란 무엇인가? '산촌 유학'은 일 년 이상 또는 방학을 이용해 부모 곁을 떠난 아이들(초·중학생)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농어촌과 산촌에서 단체 생활을 체험해 보는 일종의 자연학습제도다.

아이들은 농가에서 생활한다. 학교에 가기 위해 험한 산길을 걸어서 학교에 간다. 농가의 수양부모를 "엄마, 아빠"라 부르며 도시에서 유학 온 아이들과 농가의 아이들이 형제자매가 되어 함께 먹고 함께 자며 지낸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벼농사를 짓기도 하고 야채를 키우기도 한다. 계절의 바뀜에 따라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기도 한다. 겨울엔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자신을 성장 시킨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키운다. 이게 일본 산촌 유학의 모습이다.

이러한 일본 '산촌 유학'의 모습을 고쿠분 히로코는 어린 아들을 보낸 경험과 여러 사람의 실례를 통해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글 속엔 산촌 유학 중에 쓴 도모의 일기와 산촌 유학을 보낸 여러 부모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머리로만 생각하지 않고, 몸으로 생각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외동아이라서 형제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싶어요."
"아이는 부모와는 다른 이격이니까 한번 부모와 떨어져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직업을 가지고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학력보다 체력과 기력이라는 것을 실감했어요."
"나는 아이에게 최고의 사치를 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자연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자연과 접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아니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을 봉쇄 당하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의 아이들은 영어공부, 수학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우리의 젊은 부모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아이들을 살아남게 하기 위해 배우고 배우게 한다. 남이 하나를 가르치면 자신은 두 개를 가르치려 한다. 이러한 아이들은 머리만 성장한다. 머리로만 생각을 하고 몸으로 마음으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 버린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자신만이 잘난 줄 안다. 넘어지고 아파하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마음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몸으로 부대끼고 서로 일으켜주는 훈련을 하는 아이들은 나 아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힘을 키우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산촌 유학을 책임지고 있는 아오키 선생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할 수 있다.

"자연은 정보를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자유이며, 아이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긴다. 자연과 알맞게 접촉한 아이는 그 아이가 어떤 아이든지 간에 모두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시골살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이건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다. 화려하긴 하지만 소음 가득한 도심 속에서 살아간다. 그 도심 속엔 '이거 해라 저거 해라'하는 강요가 들끓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여 결정하는 게 별로 없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산촌 유학을 한 학생들은 '자기가 생각하고 자기가 선택하는 삶'을 대부분 살고 있다고.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아들인 도모가 엄마가 자신에게 해준 것 중 가장 큰 행복은 자신을 산촌 유학을 보내준 거라고. 그래서 도모는 저자인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엄마, 산촌 유학 보내줘서 고마워요."

이 책은 고쿠분 히로코가 자신의 어린 아들인 도모를 산촌에 유학을 보내고 나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기록한 것들이다. 저자는 산촌 유학의 모습을 쓰면서 어린 자식들을 보내야 했던 부모들의 안타까운 마음들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산촌 유학을 보내면서 우려했던 마음들도 적고 있다. 또 아이들의 산촌 유학 생활의 모습들과 그들이 성인이 된 후의 인터뷰 내용들을 실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은 책 속의 자유분방하면서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우리나라 시골 학교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자연을 멀리한 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아이들 없는 시골의 수많은 학교들. 통폐합이나 폐교의 위험에 늘 불안해하는 시골의 많은 부모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시골학교들에게 하나의 대안을 마련해주는 실마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이란 게 진정 무엇일까 하는 물음들이 작금의 우리 현실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함을 어찌할 수 없었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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