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의 벽송사와 서암정사

2008.11.08 09:56:00


한국선불교 최고의 종가를 자부하는 벽송사는 천혜의 자연환경 때문에 예로부터 수행처로 손꼽히던 사찰이다. 벽송사는 지리산 칠선계곡의 초입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의 산 중턱에 있다.

추성리에서 표지판을 보고 왼쪽길로 들어선 후 다시 벽송산문 글자와 불상이 조각되어 있는 표석에서 왼쪽의 산길 도로를 따라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바로 위에서 왼쪽은 서암정사, 오른쪽은 벽송사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벽송사나 서암정사나 이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이 야전병원으로 이용했을 만큼 앞뒤가 지리산에 가로막힌 깊은 산속이다. 그래서 속세와 떨어진 사찰터로 제격이다.

안내판에 의하면 벽송사는 1520년에 벽송지엄선사가 창건한 후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수행하여 도를 깨달은 유서 깊은 사찰로 한때 큰 가람을 이루었으나 처참한 비극의 역사였던 6.25전쟁 때 모두 불탔다.

10월의 끝무렵이라 입구의 오래된 나무들이 단풍으로 곱게 단장을 했다. 빨치산들의 아지트였던 계곡방향의 단풍은 더 빨갛게 물들었다. 사찰에 들어서면 사천왕 대신 벽송사 목장승(경남민속자료 제2호)이 맞이한다.


잡귀의 출입을 금하고 불법을 지키던 2개의 목장승은 몸통의 절반이 땅 속에 묻혀 2m 정도만 드러나 있다. 그나마 금호장군(禁護將軍)이라는 글귀가 써있는 왼쪽의 장승은 윗부분이 불에 타 파손이 심하다. 오른쪽 장승의 몸통에는 불법을 지키는 신을 뜻하는 호법대신(護法大神)을 새겨 놓았다.

주변에서 볼 수 없을 만큼 눈, 코, 입을 과장되게 표현한 목장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진다. 장승에서 우리의 옛 생활상이 배어나 그럴 것이다.

벽송사의 법당인 보광전 뒤편으로 두 그루의 소나무가 사이좋게 서있다. 수도자와 절세미인의 만남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도인송(왼쪽)과 미인송(오른쪽)인데 도인송에게 빌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미인송에게 빌면 미인이 된다고 전해진다.




도인송과 미인송의 진가를 알려면 뒤편의 삼층석탑에 들려야 한다. 두 그루의 소나무와 어우러지는 원통전과 산신각, 새로 지은 범종루를 지나 삼층석탑으로 간다. 꼿꼿하게 서있는 도인송과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구부러진 미인송은 벽송사 삼층석탑(보물 제474호)이 있는 이곳 옛 법당터에서 바라봐야 더 잘 어울린다.








벽송사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서암정사는 여러 종류의 돌조각상들로 볼거리를 만들어 놨다. 서암정사는 입구부터 기존의 사찰과 다르다. 입구의 돌기둥에 수많은 강물이 만 갈래 시내로 흘러가 바다에 돌아가면 한 물맛이라는 ‘백천강하만계류 동귀대해일미수’가 써있다.

사천왕상을 지나 인공석굴 대방광문(大方廣門)을 들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벽송사의 주지였던 원응 스님과 조각가가 198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자연암반을 정교하게 쪼아 만든 산중의 불상정원이다.


역사가 짧고, 바위가 있으면 어김없이 불상이 새겨져 있을 만큼 인공적인 요소가 많은 서암정사가 하늘의 파란구름, 울긋불긋 물들인 단풍, 지리산에서 불어오는 솔바람과 어울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6.25전쟁 때 지리산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조성한 사찰이기 때문이리라.

[교통안내]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생초IC - 갈전사거리 좌회전 - 유림삼거리 좌회전 - 60번 지방도 - 의평마을 좌회전 - 의탄교 - 추성리 - 벽송사, 서암정사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