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2008.11.24 21:28:00


며칠 전에는 첫눈이 소복하게 내렸습니다. 그 첫눈을 바라보며 많은 이들은 즐거워하고 연인들은 만남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사람들은 무언가 즐거움을 찾고자 합니다.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 희망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앞에 있는 작은 컵의 물 한 잔, 길 건너의 나무 한 그루, 내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 이 모든 것들이 삶의 희망일 수도 있고, 저 멀리 산 넘어 있다는 보이지 않은 무언가가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에서도 희망과 인생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연금술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이 그렇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제목처럼 우리의 인생은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그런데 흘러감에 있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방향과 목표를 알고 흘러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 인생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달라질 겁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는 그런 우리 삶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글이 가득합니다. 101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글속엔 인생, 신과의 관계, 자연,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들의 꿈들에 대한 이야기가 철학적이면서 아름다운 문체로 씌여져 있습니다.

철학적이라고 해서 형이상학적인 글은 아닙니다. 대부분 자신이 경험했던 일이나 누군가에 들었던 것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읽는 이의 마음을 깨우고 생각하게 하는 글들입니다.

그의 고향인 리우데자네이루의 일상과 프랑스 피레네 지방의 작은 시골마을의 방앗간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느꼈던 일상과 그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글들도 보입니다.

해서 그의 글을 읽을 땐 설렁설렁 넘어가서도 안 되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대신 조금은 사색적인 마음으로 읽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의 사색은 낭만적 사색은 아닙니다. 그의 글은 일상적 경험이나 행동을 통해서 어떤 깨달음이나 교훈을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그의 글속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브라질의 코파카바나 해변에 쓰러져 있는 한 중년의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남자는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는 그냥 지나쳐서 코코넛 가게에서 코코넛을 샀습니다. 그런 장면은 수없이 목격하는 장면이었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냥 지나칩니다. 아마 선한 사마리아인들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가 코코넛을 마시고 다시 쓰러진 사내 옆을 지나치는데 자신의 내면에서 말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쓰러진 사내를 굽어보고 일으켜주라고. 그는 사내의 피를 닦아주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여 쓰러진 사내를 나무 그늘에 옮겨 놓곤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그 경찰은 그 사내가 도둑이 아니어서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며 도움을 외면했습니다. 소관 따지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자기 소관이 아니면 피하려는 습성이요.

그때 그가 한 일은 경찰관을 다시 찾아 따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를 도와줘야 한다고. 절박한 그의 마음에 경찰관은 결국 앰뷸런스를 불렀고 그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 사건을 통해 그는 자신이 깨달은 걸 이렇게 말합니다.

* '낙관적인' 전망을 지니고 있으면 틀에 박힌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
* '당신이 시작한 일은 당신이 끝내라'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늘 우리 곁에 있다.
* 자신이 하는 일에 뚜렷한 확신을 가지면, 누구에게나 권위는 생겨난다.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글들을 읽다보면 연암 박지원의 글들이 떠오릅니다. 코엘료의 글이 일상적 경험을 통해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듯이 연암의 많은 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암의 글을 읽다 보면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적고 있습니다. 그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옛 선현들의 이야기를 끌어와 사람이 해야 할 것들을 말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깨달음을 얻게 합니다.

혹 독자들이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는다면 낮 시간보다는 아침이나 저녁 무렵에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그것도 조용한 음악과 차 한 잔을 앞에 두고요. 참 옆에 화초가 있으면 더 제격일 것 같네요. 그 속에서 우리네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테니까요.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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