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잊지 않고 소식을 전해주는 은사님이 인터넷에서 발췌한 글이라며 ‘장수의 비결은 친구의 수’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단명한 사람과 장수하는 사람들의 차이점을 연구한 내용인데 미국인 7,000명을 9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담배나 술이 인간의 수명을 좌우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흡연횟수, 음주량, 일하는 스타일, 사회적 지위, 경제 상황,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고 철저하게 조사를 해봤더니 그게 아니더란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이 뜻밖이다. 인간의 수명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친구의 수라는 것이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친구의 수가 많고, 쉽게 병에 걸리거나 일찍 죽는 사람들은 친구의 수가 적더란다.
친구 중에는 오래 사귄 사람도 있고 손위나 손아랫사람도 있다. 한 마을에서 자란 고향의 소꿉친구도 있고, 수학여행을 함께 다녀온 학창시절의 친구도 있다. 유오성과 장동건이 먼저 떠오르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라는 영화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사랑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괴로울 때 찾아가 속마음을 풀어놓기도 하고, 실수하고도 거꾸로 큰소리치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게 친구사이다. 그러니 친구의 수가 인간의 수명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만도 하다.
인생살이 자체가 친구를 사귀는 일이다. 수시로 만나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데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를 꼽아보면 몇 되지 않는다. 이메일을 읽으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친구들을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2월 5일자 경향닷컴에서 임영주 기자가 쓴 ‘행복도 전염된다…즐거운 이웃 옆에 살면 행복감 34%’를 읽었다.
내용인즉 하버드 대학의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 교수와 캘리포니아대 제임스 파울러 교수가 1971년부터 2003년까지 21∼70세의 성인 5124명을 조사한 결과 행복감을 느끼는 친구가 1.6㎞(1마일) 안에 살면 25%, 행복감을 느끼는 이웃이 옆에 살면 34%, 행복감을 느끼는 형제자매가 근처에 살면 14% 행복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단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가 행복(幸福)이다. 행복은 개인이나 가정부터 고장과 나라까지 어우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행복하다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어 행복보다 좋은 말도 드물다. 행복이 전염된다는 표현도 연구 결과만큼이나 재미있다.
미국에서 불어온 경제 불황 때문에 더 추운 겨울이다. 이런 때 마음마저 움츠러들면 더 힘이 든다. 그래서 인간의 수명에 친구의 수가 영향을 주고, 행복감을 느끼는 이웃이 옆에 살면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신뢰한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며 친구나 친척,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나 이웃에게 행복감을 높여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이 전염되는 겨울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