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넘보는 사람들

2009.04.18 18:29:00

교직에 오랜 세월 있다 보니 처음 교단에 설 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모교에 첫 발령을 받은 나는 정말로 열심히 후배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 연세의 어르신들께 “선생님” 이라는 칭호를 들을 때는 무척 어색했고 몸 둘 바를 몰라 했었다. 그 당시는 보수도 적었고 사회적인 인지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총각선생이 신랑감으로 큰 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행히 사범학교를 나와 교사생활을 하셨던 분이 대통령이 되셔서 교권을 세워주었고 교원에 대한 대우도 조금은 좋아졌기에 사기는 높아 있었다. 휴일에도 시간외 수당도 못 받으며 학교에 나와서 열심히 일했던 것은 그래도 지금보다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교직이 안정된 직장이라고 하여 선호도가 높아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의 입학이 어렵게 되었고 졸업 후에도 임용고시의 경쟁률이 높아 교직이 인기 있는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교육을 넘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대학교수나 행정직원도 양성 전문 과정을 거쳐 교장이 될 수 있는 법안을 입법예고를 거쳐 5월 중에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 할 예정이라고 하니 말이다.

법안을 만드는 분들은 교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관리형 교장은 아무나 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학생들에게 교육자로서 존경을 받고 인성교육을 잘하는 교육철학이 있는 교장은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쌓아온 경험이 풍부한 교원이 교장을 해야 한다.

교육행정업무를 잘하는 분이나 대학에서 교수를 한 분들은 각기 자기 전문분야가 있는 것인데 겉으로 보기에 편해 보이는 교장을 하려고 넘보는 것은 과욕일 수 있고 교육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 법안의 발상은 모순이 많고 어느 분야의 사람들이 교장이 되고 싶어 이런저런 사람들을 짜 맞추기로 넣어서 새로운 발상처럼 위장한 꼼수가 드려다 보인다. 교수는 고등교육을 해온 분들로 보통교육을 맡아하기 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교육이론은 해박하지만 학교현장의 경험이 부족한데 학생을 가르치는 주 업무를 무리 없이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릇된 판단일 수 있다. 15년 경력의 교사를 무슨 기준으로 선발하여 교장연수과정을 이수하게 하여 교감경력도 없이 교장 일을 맡기려하는 것도 ‘교육은 경험보다 훌륭한 스승은 없다.’는 진리를 모르는 처사이다.

일본에서 금융 CEO로 실적을 많이 올린 유능한 은행장을 초등학교장으로 초빙했는데 얼마가지 못해 자기가 해온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더니 학생들에게 미친 나쁜 영향을 반성하면서 우울증까지 겹치자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시사 한바는 가히 충격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자라는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교장을 가볍게 보아 비전문가가 교장자리를 파고들어 안정된 교직을 흔들어 시행착오를 일으키면 수많은 학생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한 일인데 교장자리를 넘보는 것은 발상 자체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바꾸어 교원 중에서 교직보다는 행정직이 더 하고 싶고 소질이 있다고 심사를 거쳐 연수를 받은 다음 사무관이나 서기관의 자리에 앉아도 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가장 안정 되어야 할 교직의 약점을 들추어 흠집을 내고 틈새를 노려서 이상한 법률을 만들어 자기 식구들의 영역을 넓히려는 교육을 넘보는 사람들은 교육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생각하여 교육에 희망을 걸고 맡은 역할을 더 잘해 줄 것을 주문하는 바이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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