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가면 '교사', 대기업 가면 '교장'

2009.04.20 08:35:00

교장양성 전문과정설치를 두고 교과부에서 악수를 둘 가능성 때문에 교직계가 실망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망정도를 넘어서서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는 표현이 좀더 적절하다. 교장양성 전문과정을 거치면 승진형 교장과는 다소 다른 시스템으로 이 과정을 이수하면 '공모교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의 승진형 교장과 경쟁을 유도하여 학교교육의 변화를 주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의 설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격을 대폭완화하여 15년 이상이면 입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볼때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20년 정도의 경력을 필요로 한다고 볼때 다소 빠른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과정의 이수기간을 대략 3년정도로 볼때 18년은 지나야 공모교장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 2년정도만 연장하여 17년정도의 교육경력을 요구해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여기에 기타요건을 확실히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해당교사의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대학원 입학처럼 간단하게 몇 마디 묻고 결정하는 형태로 선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이런 과정을 도입하는 이유가 현재의 학교장 중 자질이 부족한 교장이 있다는 데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철저한 검증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자면 입학원서 접수를 1년이나 반년 전에 실시하고, 접수후의 기간동안 그동안 그 교사의 교직생활을 동료교사나 교장, 교감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갑자기 접수하여 갑자기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는 자질을 갖춘 인재를 뽑을 수 없다. 대학의 입학사정관제처럼 철저한 검증을 필요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것들이 해결된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교직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것은 이번 교장양성과정의 가장 큰 문제이자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승진적체가 그 어느 직종보다 심각한 교직사회에서 교직경험이 없는 일반인을 끌어들인다는 발상 자체가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악수인 것이다. 전문가가 필요없는 사회를 요구한다면 그것이 가능할 것이지만, 유독 교직에만 이렇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에 절대로 공감할 수 없다.

교직은 원천적으로 아무나 할 수 없었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원 자격증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입학이라는 1차관문을 거친 후에 4년을 충실히 다니면 교원자격증은 획득이 되지만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원임용고사라는 2차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늘의 별따기로 불리는 교원임용고사에서 합격하는 극히 일부만이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사가 되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교감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23-4년의 경력을 요구한다. 단 1년만 부족해도 절대로 교감이 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경력을 채워도 모두 교감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학교가 1만여개라고 한다면 교사수는 40만명이나 된다. 한 학교에 한명의 교감이 있다고 치면, 4만대 1의 경쟁을 뚫어야 교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직경력을 충분히 쌓은후 교감이 된 후 적어도 4-5년이 흘러야 교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두 교장이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렇게 일반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최소한 4-5단계의 관문을 거쳐야만 교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교직경력이 전혀없는 사람들에게 교장양성과정에 입학할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설득력이 없다. 단 한방에 교장이 될 수 있다면 교사에서 교장이 될 수 있는 현재의 구조와는 너무나 불공평한 제도가 되는 것이다. 최소한 교직경력자로 한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교직경력의 기간은 추후에 결정하면 될 일이다. 자질있는 교장을 뽑기위한 방안이라면 더욱더 교직경력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본다.

사범대학가면 '교사'로 끝나고, 일반대학가서 대기업취업한 후 간부가 되면 '교장'이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교직경력자를 내세우는 이유이다. 가르치는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교직을 이해하고 학교를 경영할 수 있겠는가. 학교가 이윤을 창출하는 곳인가.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다. 교장이 기업체의 경영 마인드만 가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가. 제품을 생산해서 많이 팔면 되는 기업체와는 근본이 다르다. 말도 안되는 교장양성과정 입학자격을 더이상 논하지 않았으면 한다. 교직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랄 뿐이다. 전문성을 갖춘 교직사회의 구현을 자꾸 훼손하지 말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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