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대통령 서거에 눈물흘린다

2009.05.24 08:15:00

토요일 오후 학생들과 인터넷 논술 수업을 하고 있던 중 한 학생이 “노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라는 말에 깜짝 놀라 그 학생이 앉아 있는 자리의 컴퓨터로 갔다. 정말로 노 전대통령이 자살하였다는 글이 탑재되어 있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살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 학교의 학생이 자살을 하여도 교사는 눈물을 흘리며 젊은이의 못다핀 꽃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잘못 가르친 자신을 나무라며 평생의 한으로 남는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누구인가? 교육부의 수장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라고 하지만, 이 나라의 학생 교육을 이끌어 가는 실체는 대통령이다. 7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 담임 교사가 장차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고사리 손을 들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대통령만이 유일하게 학생들의 존경의 대상이었고 대통령만이 모든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줄로만 알았다.

시대는 변하여 학생들도 늘고 학교도 늘어나기 시작한 이래 불타오르는 한국의 교육열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이 결국 사교육의 장을 만들기까지 이르렀고 이 사교육이 한국 사회의 과소비를 부추겼고,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장시키고, 나아가서는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불러일으키는 고질적인 사회악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사교육의 병폐를 없애고 사설 학원의 과열 학습에 쇄기를 박기에 이르렀다. 자본이 축적되면서부터 지금까지 늘려만 왔던 대학들의 위상도 옥석을 가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무 대학을 나와도 상아탑의 위상을 자랑하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상아탑이 실업자를 양산하는 장소로 탈바꿈되자 지방대학들의 위상이 추락하는 상황으로 이르자 지방대학의 관계자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합격시켜 버리는 비합리적인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학교와 교사들 간의 보이지 않는 관계를 형성해 학생끌어가기 위한 편법이 동원되기도 하는 사례가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학생들도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취업을 못할 것 같으면 우수한 계통의 전문학교를 선택해 취업이 잘 되는 과를 선택하는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학교의 병리현상은 사회의 병리현상의 재판임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사회 명사들의 행동은 학생들의 모방심리를 불러일으키고 사회의 여론은 학생들의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교실 현장에 스며 들어오는 것이 오늘의 교육이다.

대통령이 자살을 하는 현장을 학생들은 교사에게 질문하고자 한다. 왜 대통령이 자살하였느냐고 그러나 학생들은 교사의 말보다 인터넷의 탑재된 기사를 더 믿는다. 학교 현장이 온갖 부조리로 얼룩져 스승의 날을 휴업을 하는 사례까지 벌어지는 현상을 학생들은 대통의 죽음을 두고 과연 무엇을 더 심도있게 연상할까? 감수성 강한 청소년들의 마음에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슬픔보다 인터넷에 실려 있는 글에 대한 슬픔을 더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죽음은 결백이다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도 통과의례처럼 여긴다.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의 서거는 바른 길을 인도하는 교사들의 마음에 슬픔을 느끼게 했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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