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율화' 조건없이 풀어라

2009.06.12 16:33:00

학교자율화 3단계 방안이 발표되었다. 파격적인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있다.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인사권의 일부가 학교장에게 주어진다. 또한 교육과정편성권도 상당히 부여되었다. 학교장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만큼 많아졌다. 결국 학교자율화는 학교장의 권한강화와도 통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자율화방안이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교장들의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또한 조금만 잘못되어도 문책을 가하는 현재의 제도에 어느정도는 손을대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학교자율화는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있었고, 오래전부터 원하던 것이었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단위학교책임경영제'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었다. 예산문제 등으로 별다른 성과없이 지나오던 것이 최근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자율화방안의 이면에 숨어있는 조건이 있어서는 안된다. 외부에서 특정분야의 전문가를 교사로 영입한다는 것은 학교자율화와 거리가 있다. 물론 사범대 등의 교원양성과정에서 양성이 어려운 분야에 한정할 것 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그래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통해 교직사회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당초의 방침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번 발표에 아쉬운 점이 많다. 학교자율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상급교육행정기관의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해야 함에도 그런 부분에 대한 명쾌한 답이 없다. 또한 인사권과 함께 예산의 편성부터 사용까지의 전과정이 학교로 넘어왔어야 한다. 여기에 교육과정편성권을 넘겨주긴 했지만, 좀더 확실한 방안이 필요했다.

즉 수업일수, 수업시수 등을 학교에 넘겨서 주5일 수업제등의 조기도입도 포함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현 정부에서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 학교간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꾀한다는 것인데,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5일 수업제의 도입문제도 학교에 맡길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여러갈래로 검토가 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함에도 이번의 발표에서 제외된 것이 전적으로 검토부족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검토과정에서 여러가지 예상되는 문제가 있었기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렇더라도 학교자율화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볼때는 조건을 따지지 말고 바로 풀었어야 한다.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기본취지를 살린다면 당장에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런저런 조건을 자꾸 따지다 보면 진정한 자율화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율학교를 늘리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자율학교를 통해서 학교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율학교  이전에 충분히 학교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학교장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학교현장에 미칠 장점을 찾아야 한다. 물론 학교장과 교원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충분한 연수를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긴 하지만, 조건없이 학교현장에 모든 것을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교자율화는 어느 한가지만 풀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규제만으로도 충분하다. 조건없는 학교자율화 실현을 기대해 본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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