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감소'의 허와 실

2009.10.10 18:18:00

'사교육없는 학교만들기'사업이 실효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사교육없는 학교만들기 시범학교에서 사교육비가 66만원에서 57만으로 평균 12%정도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중에서는 20%이상의 사교육비 감소효과를 나타낸 학교도 있다고 한다.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요지부동이던 사교육비가 감소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사교육비 경감이 학교를 통해 시작되었다는 것은 더욱더 놀라운 일이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 사교육비 감소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지, 객관성이 어느정도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단돈 1원이라도 감소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당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정도 객관성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원이나 과외 등으로 지출되는 사교육비를 설문조사 대상으로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없는 학교만들기 시범학교의 경우 일반학교보다 방과후 학교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사교육비가 경감될 소지는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사교육비가 경감됨으로써 모든 학교에서 이들 학교를 모델로 사교육비 경감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사교육비 경감을 조사하면서 학원비와 과외비만을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실제로 사교육비 경감효과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들 시범학교에서 운영중인 방과후 학교등에 학생들이 더 많이 참여함으로써 사교육비 경감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학교에 내는 수강료는 이번의 발표자료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수한(학원비나 과외비)사교육비는 감소했을 수 있지만, 학교에 내는 방과후 수강료를 포함하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학교에내는 수강료는 공교육비로 보기 때문에 넣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사교육비의 범주에 포함시켰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늘어났지만 이들 학생들 중에 다니던 학원이나 과외를 끊고 방과후 학교에 참여한 경우가 많아야만 사교육비 경감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즉 학원이나 과외를 끊었을 경우보다는 학원이나 과외와 병행해서 방과후 학교등에 참여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학교에 내는 수강료까지 포함한다면 도리어 사교육비가 증가된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학원이나 과외를 전혀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은데, 이들은 사교육비 제로에서 도리어 방과후 수강료가 나가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증가한 것이다. 결국 순수하게 학원이나 과외에 사용되는 비용만 계산한다면 줄어들었을 수 있지만, 나머지 방과후학교 수강료등을 포함한다면 도리어 사교육비가 늘었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학교에 내는 비용을 공교육비로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방과후 수강료도 엄연한 사교육비로 볼수 있기에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사교육없는 학교만들기 시범운영에 들어간 예산을 생각하면 12%정도 줄어든 사교육비가 그리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기 어렵다. 학교당 예산을 2-3억원 정도(매년 1억정도)투입하는 것이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잡기위해 국가에서 사교육비를 대신 내주는 효과도 있다는 생각이다.

앞서 밝혔듯이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여러가지 여건상 실질적인 감소효과가 있었는지 좀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고, 앞으로 더 지켜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조사방식으로 줄었다 늘었다를 논하지 말고 앞으로 2-3년을 더 기다렸다가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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