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율학교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던 교장 공모제가 전체 학교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장공모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교육공무원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알려지게 되었다. 개정안에서는 승진 순위에 따른 현행 교장 임용 방식에서 벗어나 교장을 공개 모집해 교장 자격증 소지자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교장의 책무성을 높이도록 하는 내용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자율학교 중심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교장공모제는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공모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정당한 경쟁이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비정상적인 경쟁을 통해 교장으로 임용되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었기 때문이다. 즉 학교운영위원회의 힘을 빌어 교장이 되려는 경우들이 발생하여 투명성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문제 때문에 교장공모제 도입에 상당히 신중한 자세가 필요했었다.
그러나 교과부의 개정안예고로 교장공모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더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때가 되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문제점만 계속해서 키울 뿐이다. 학운위에서 전권을 쥐고 있는 현재의 교장공모제에서는 교장으로 임용된 후라도 자신의 소신을 마음껏 펼치기 어렵다. 항상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부모들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장들보다 힘없는 교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내 공립 초, 중, 고등학교에서 정원의 20%를 초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사들도 교장처럼 소신없는 교사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초빙을 받으려면 아무래도 교장의 코드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향후에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초빙제 학교에 지원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이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있어야 지원할 것이므로 그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교장에게 순종하는 교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초빙되어 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여러가지 제약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은 교사나 교장이나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공모 또는 초빙이 되기 때문에 지위를 막록하고 여러가지로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학교는 힘없는 교사와 힘없는 교장이 모이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학부모들의 선택에 의해 초빙해온 교장과 교사들이 어느정도 자신의 소신대로 학교를 경영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자칫하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학운위 결정에 따라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교사, 교장 모두에게 환영받기 어려울 안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교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단위학교의 교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교장 공모재와 교사초빙제가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혼란에 빠져 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