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서 만나는 신응섭의 포토 동화집 <짱뚱어 이야기>

2009.12.16 14:28:00


얼마 전에 전북 부안 해창 갯벌을 보고 왔다. 바지락으로 유명한 갯벌은 이제 갯벌이 아니었다. 갯벌을 지키고자 했던 장승들은 시커멓게 죽어갔고, 바다를 바라보던 목선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갯벌은 소금기 가득한 뭍이 되어 공사의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난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농게와 칠게를 구경하고 바지락을 잡았던 곳이었다.

갯벌은 밀물 땐 물에 잠기고 썰물 땐 드러나는 바닷가의 드넓은 땅을 말한다. 이 넓은 갯벌엔 수많은 생물이 어울려 살고 있고 다양한 철새들이 날아와 쉬고 가기도 한다. 또 갯벌은 바다의 숨골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갯벌들이 메워지면서 농장이나 산업용 공장을 짓기 위해 사라지고 있다. 새만금의 해창 갯벌도 그렇게 사라지고 만 것이다.

순천만의 갯벌에서 만나는 짱뚱어 이야기



예전에 갯벌 하면 바지락을 캐며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의 터전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갯벌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갯벌은 수많은 생물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서해안 갯벌엔 어류가 약 230종, 조개류 58종, 새우류 70종, 게류가 약 90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미생물과 여러 해양 생물들이 먹이사슬을 이루면서 공존하는 곳이다. 그래서 갯벌을 바닷가의 '삭량 창고'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갯벌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되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갯벌을 메우고 그곳에 새로운 땅을 만들려는 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갯벌의 소중함과 갯벌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생활을 흥미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 신응섭의 <짱뚱어 이야기>는 갯벌의 소중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자연 생태 사진을 주로 찍고 있는 신응섭은 얼마 전에도 포토 동화 <독도 괭이갈매기의 꿈>을 선보여 아름다운 독도의 사진과 그곳에서 삶을 이루고 있는 괭이갈매기들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놓았었다.

<짱뚱어 이야기>는 겉표지부터 순천만의 갯벌의 모습과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포토 동화이니만큼 갯벌에 사는 짱뚱어와 게, 꼬막, 낙지 등을 등장인물로 내세워 갯벌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동화는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불리는 순천만 갯벌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짱뚱어(짱아)와 방게(방실이), 정의감과 의리의 사나이 농게(주먹대장), 수호천의 촌장인 칠게 촌장과 꼬막아주머니 등이 힘을 합쳐 장마철이면 갯벌로 밀려와 갯벌 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낙지마왕을 힘을 합쳐 혼내주고 수호천을 지켜낸다는 모험이야기다. 지은이는 이들 갯벌 생물들의 생태를 몇 년 동안 관찰하고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로 만들었다. 동화 몇 토막을 보자.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순천만 갯벌 한가운데로 큰 강물이 생겨납니다. 갯벌 가족들은 이 강을 '수호천'이라 불렀습니다. 마을을 지켜주는 힘이 이곳, 수호천에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처럼 갯벌의 생물들도 자신의 삶의 공간이 있다. 그들은 그 공동체의 공간을 아름답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기도 하고 배려하며 아껴준다. 갯벌도 갯벌 생물들에게 그런 공간이다. 그러나 그런 평화로운 공간도 힘 있는 자에게 깨지곤 한다. 갯벌의 무법자 낙지에 의해서다.

"예로부터 장마철이면 커다란 낙지가 나타났습니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수호천까지 들어오는 것입니다. 낙지는 시커먼 먹물을 내뽑으며 갯벌 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습니다. 갯벌 가족은 그를 '낙지마왕'이라 불렀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낙지마왕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갯벌에도 무법자가 있는가 보다. 동화 속 사진에 나타난 낙지마왕은 무시무시하다. 낙지마왕이 갯벌에 나타난 뒤로 갯벌의 이웃들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곤 한다. 모두 낙지마왕에게 희생당한 것이다. 이에 갯벌 가족들은 칠게 촌장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지만 의견만 분분하다. 힘을 합쳐 싸우자는 쪽과 사는 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자는 쪽. 그러나 칠게 촌장은 조상들이 물려 준 갯벌을 자신들의 후손들에게도 물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짱아가 낙지마왕에 잡혀 죽으려는 순간 주먹대장 농게가 짱아를 구하고 죽는다. 이 모습을 바라본 갯벌 식구들은 모두 힘을 합쳐 낙지에게 대항하게 되고 낙지마왕은 결국 물러나게 된다. 그래서 갯벌 수호천에 평화가 찾아 온다는 내용이다.

아무 죄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이에 어느 날 낙지마왕 같은 힘 있는 무법자가 나타나 그들을 괴롭힌다고 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피하는 이들도 있을 거고, 끝까지 싸워 지키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짱뚱어 이야기> 속의 갯벌 생물들은 그들의 터전을 스스로 힘으로 지킨다. 이는 갯벌 생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그 무엇으로 다가온다.

주로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 이 책은 순천만의 아름다운 사진과 갯벌의 모습, 갯벌 속에 살아가는 생물들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으로 담고 있다. 작가는 이야기와 사진을 통해 갯벌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전해준다.

그리고 이 책은 부록으로 순천만 갯벌에 대한 설명과 대표하는 생물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둘러보기와 갯벌에 대한 상식들을 사진과 함께 곁들어 놓아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누게끔 꾸며져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짱뚱어 이야기>를 읽으며 갯벌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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