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의 소중함을 배우며

2010.02.22 20:44:00

만나고 헤어지는 일. 나이 먹다 보면 늘 경험하는 일이라 무감각해지기 쉽다. 그래도 몇 년씩 얼굴을 맞대고 사는 직장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은 의미가 남다르다.

4년을 근무하던 문의초등학교를 떠나 3월 2일부터는 상당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 면단위학교는 근무기간이 5년이라 1년을 더 근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어느 학교에서 몇 년 근무하느냐보다는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는 일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학교 이동을 결정했지만 나이가 몇인지를 궁금해 하면서 유난히 나를 따르던 아이들에게는 미리 말할 수 없어 학부모님들에게 의미 있는 글을 보내며 떠날 준비를 했었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던 날이 생각납니다. 양성산 위에서 내려다보던 잔설만큼이나 추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사랑으로 따뜻하게 감싸겠다는 다짐을 했었지요. 세월은 유수와 같이 빠르게 흘러 그저 몇 달 쯤 웃고 떠들며 추억남기기를 한 것 같은데 아이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부쩍 성장해 제법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우리 반 아이들이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이제 며칠 후면 새학년이 시작됩니다. 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되바라지지 않으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아이로 키워줄 것도 부탁드립니다. 학부모님들 모두 1년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종업식 날, 담임이 다른 학교로 전근 간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아이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우르르 몰려와 끌어안기도 하고 졸졸 따라 다니며 휴대폰의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멀찍이서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는가 하면 근무 기간이 1년 더 남았는데 왜 가느냐며 배신했다고 항의도 한다. 교실을 비운 사이 몇 아이는 연필을 꾹꾹 눌러 급하게 쓴 편지를 교탁 위에 놓거나, 서운함을 칠판에 표현하고 갔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 학부모님들께 인사이동에 관한 내용을 알렸다. 학부모님들도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떠나신다니 서운하다, 아이들이 좋아했는데 어쩌느냐'며 서운해 하셨다.

좋은 사람은 앉은자리에 온기를 남겨 다른 사람 따뜻하게 합니다 / 좋은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 헤아리며 배려하는 걸 즐거워합니다 / 좋은 사람은 조용히 왔다 갔는데 발자취가 오래 남아 있습니다 / 좋은 사람은 스쳐 지나갔는데 인연의 끈이 매듭져 있습니다 / 좋은 사람은 빈자리 만들며 그리움을 몰고 옵니다 / 좋은 사람은 그리움 살포시 솟아나도 멀리서 바라봐야 합니다.

자작시 '좋은 사람'을 주며 동료들에게도 인사를 했다.

'내일 송별회를 한다니 떠나야 하는 것이 실감납니다. 님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고 문의에서 4년을 보낸 것 같아 죄송할 뿐입니다. 그래서 인사를 미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들 늘 건강하면서 뜻하시는 일 다 이룰 겁니다.' 




동료들과는 진한 송별회로 아쉬움을 달랬다. 편지와 함께 인삼, 티셔츠를 몰래 놓고 간 동료들도 있다. 직원간의 유대관계가 소홀한 시대에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더 값진 선물이다. 같이 고생한, 어쩌면 늘 나를 도와주던 동료들이 준 선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헤어짐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을 남기는지, 인생살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깨우친 인사이동이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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