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와 친구되는 산행 즐거움 늘었으면

2010.03.16 08:52:00

지난 일요일, 모 중학교 교장실을 찾았다. 교장이 대학 동기인데 이번에 교장 승진을 받아 축하 화분 하나를 사들고 방문한 것이다. 유리 테이블 위에 분재 하나를 올려놓으니 제법 축하 분위기가 난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데 교직에서의 교장 승진, 단 한 번뿐이고 본인뿐 아니라 가문의 영광이다. 교직 선배님은 조선시대 당상관 직위에 해당하는 벼슬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교장실에는 이미 축하난 화분이 여러 개 들어와 있었다.

이제 가까이 있는 청계산으로 향한다. 이름하여 ‘교장 승진 축하 봄맞이 산행’. 계곡물이 녹아 힘차게 소리내어 흐르는 것을 보니 ‘그래, 이젠 봄이야!’를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산길은 눈이 녹아 질퍽거린다. 그늘진 곳에는 잔설이 보인다. 능선길은 곳곳이 빙판이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도 보았다.

그러나 봄이 맞는가 보다. 경사진 곳을 조금만 올라도 숨은 헉헉 대고 이마에는 땀이 솟구친다. 아마도 겨우내 체력이 달리다고 별안간 운동량이 많아지니 그런가 보다.


국사봉(國思峰. 540m) 정상에 올랐다.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그 중 한사람은 손바닥 위에 땅콩 부스러기를 올려놓고 산새를 부르고 있다. 어느새 나타났는지 10여 마리의 산새가 손바닥 위에 앉아 땅콩을 잽새게 물고 달아난다.

그 등산객은 필자에게도 한 번 해보라고 땅콩 몇 알을 건네준다. 그리고 새들이 먹을 수 있게 잘게 부수라고 가르쳐 준다. 손바닥 위에 땅콩을 올려 놓고 팔을 쭉 뻗으니 산새들이 손바닥 위에 앉는다. 새발톱이 손바닥에 주는 촉감이 신선하기만 하다. 이런 느낌 처음이다.

그 등산객은 늘 산에 오면 이렇게 먹이를 주는 것 같았다. 땅콩을 꺼내는데 배낭에 땅콩 한 봉지가 보인다. 등산도 하면서 건강을 다지고 산새와 친구도 되고. 일석이조다.

필자는 동료교장에게도 땅콩을 건네면서 한 번 경험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신기한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것이다. 산새들이 동작이 얼마나 빠르고 또 경계를 하는지 10여 장 찍었는데 실패 장면이 더 많다.

산새들의 정확한 이름이 궁금하여 인터넷 정보 검색을 하여 보니 곤줄박이, 박새, 동고비 등이 사람과 친구되어 등산객을 반기고 있었다. 필자가 촬영한 것은 곤줄박이였던 것이다. ‘그래 이렇게 하면서 산새들과 가까워지는 것이지!’

그렇다면 산새에게 모이를 주는 것은 좋은 일인가? 상식적으로 볼 때는 좋은 일이다. 특히나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더욱 그렇다. 산 전체가 눈이라도 쌓여 있다면 산새들은 먹이를 구할 수 없다.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산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야생성 상실을 우려한다. 편하게 먹이를 구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 게을러진다는 것이다. 좋은 모이만 먹고 나쁜 모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아 그들의 생존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 더 연구해 보아야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자연과 친구되려고 산을 찾았으면 식물뿐 아니라 동물들과도 친구하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땅만 보고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새울음 소리를 들으며 나무를 살펴 산새집을 발견하고 그들이 벌레 등의 먹이를 잡아먹거나 짝짓기, 새끼치기 등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렀으면 하는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나무에 있는 새집 발견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엔 새소리 듣기도 어렵고 새집을 발견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만큼 자연환경이 삭막해져 가고 있다는 증거다. 새소리를 들으며 휘파람으로 그 소리를 흉내하면서 그들과 친구되는 즐거움을 다시금 즐겨보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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