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에 교원평가제가 도입 됨으로써 학교 분위기가 변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당연히 변했다. 평가를 한다고 하는데 변하지 않을 학교가 어디 있으며 변하지 않을 교사가 어디 있겠는가. 변하는 것이 당연하고 실제로도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그런데 이렇게 변한 분위기가 수업을 정말 잘해서 학생들 잘 가르쳐 보자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잘 가르쳐 보자는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교사들이 해야 하는 것이 수업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욕을 가지고 새 학기를 시작했지만 더 많아진 각종업무, 교원평가를 하기위한 준비, 학부모들이 평가에 참여하기 위한 메뉴얼 개발 등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에 없었던 일들이 더 늘었기에 잘 가르치기 위한 다양한 수업방법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수업만 한다면 더 많은 방법과 자료를 동원해서 수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시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의욕은 있지만 현실로 옮겨지지 않는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고 교원평가제 도입의 취지에 부합되는 것이다. 교원평가제 도입 전에 이야기 됐던 교원업무경감에 대한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평가는 시작됐다. 이런 사정이 교사들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학교에 변한 것이 또 있다. 교사들의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과 학교의 신뢰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교장, 교감, 교사는 물론이고 학부모들과의 관계도 극히 경직되어 가고 있다. 모든 것을 평가와 관련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장은 어떻게 하면 교사들 평가에서 객관성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개관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객관성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근평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다는 것쯤은 교장들도 잘 아는 사실이고, 교원성과상여금은 객관성 시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학교 나름대로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만들었지만 극히 일부의 객관성만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평가까지 해야 하는 교장들은 더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든지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을 정량화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나름대로 정량화를 시도하다보니 교장과 교사들의 신뢰가 자꾸 무너져가고 있다. 질 높은 수업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교원평가제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데 그것은 뒤로 밀려나고 도리어 학교구성원들간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을 원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가장 중요함에도 구성원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면 교원평가제 도입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평가제도를 고쳐야 한다. 가령 올해는 동료교사평가만 실시하고, 내년에는 학생평가를 추가하는 식으로 바꾸야 한다. 평가의 여건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러차례 지적을 했지만 여건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학부모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후에 학부모 평가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한꺼번에 시작하는 것은 평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없다. 교원평가제의 성공을 위한 노력이 미흡했다고 본다. 좀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