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교육적 의미 담아야

2010.04.22 17:36:00

봄꽃이 한창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개화시간이 길지 않다. 금방 낙화다. 봄비라도 한 번 내리면 이상 끝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산수유는 끝물이고 매화 꽃잎은 거의  다 떨어졌다. 살구꽃과 자두꽃도 반 이상이 졌다. 요즘엔 벚꽃이 한창이다. 그러나 이 꽃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 아름답던 모습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람에, 비에 다 떨어지고 만다.

저 아름다움, 고이 간직할 수는 없을까? 카메라에 담아둔다. 졸업앨범에 남겨두는 것이다. 3학년 학생들 졸업앨범 촬영 광경을 보았다. 추억에 남을만한 자신감 있는 포즈를 취해야 하는데 어색하기만 하다. 하긴 졸업은 아직 멀었는데 졸업 기분을 내자니 그런가 보다.


여학생의 경우, 어느 틈에 벚꽃을 꺾어 머리에 꽂았다. 꽃을 사랑하자고 주의를 줄 기회를 놓쳤다. 6명 단위로 그룹 사진을 찍는데 의견 일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남학생의 경우는 꽃을 장식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그래도 과감한 큰 동작을 취한다.

졸업앨범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학교의 사계절 사진을 넣고 교복 또한 동복, 춘추복, 하복을 넣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교사가 부지런해야 한다. 계획을 꼼꼼이 세워 3개년의 학창시절을 담아야 한다. 사진사도 학교에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학교 풍경을 담아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또 학교 행사를 비롯해 학교 생활에 있어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다루어야 한다. 어느 일정 시기, 어느 행사를 집중적으로 다루면 무성의한 앨범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앨범, 평생 추억이 된다. 두고두고 시간이 날 적마다 살펴보는 것이 앨범이다.

어느 학교 앨범을 보니 교장이 두 면을 차지했는데 대형 인물 사진과 집무 사진이 들어가 있다. 교장의 권위를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이 장면 학생들이 보는데 얼마 동안이나 머물까? 금방 넘기고 만다. 그렇다면 대책은 2면이든 3면이든 교장과 학생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사람들 심리는 이렇다. 본인 얼굴이 나온 사진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보고 또 본다. 교장의 얼굴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머물게 하려면 학생들과의 추억 사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일부러 보다는 자연스러운 사진이 좋음은 물론이다.

우리 학교 앨범, 사진관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다. 교육적 의미를 담는다. 교장과 선생님의 교육철학이 담기게 만든다. 사진 선택도 학생, 3학년 담임들의 중지를 모은다. 교장의 의견도 들어간다. 그 동안 자의적으로 만들었던 사진관으로서는 불편하기만 하다. 그러나 졸업 앨범, 사진관의 영리취득의 수단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학교의 직무유기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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