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교육과정, 수정고시할 의향없나

2010.05.22 16:17:00

사실 11개 과목정도로 편성되었던 과목을 당장에 8개 과목 이내로 편성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수과목을 줄이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부담 경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통계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언제는 선택과목을 다양화하여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라고 하더니 이수과목에 제한을 두어 선택과목에 대한 선택의 폭이 줄어들도록 한 것이 옳은 것인지도 궁금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8개 과목 이내로 편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여기에 매년 20%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증감편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얼핏 보면 학교에 자율권이 주어졌기에 학교 나름대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기에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20% 증감편성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자율권이 학교로 넘어간 이 부분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교육과정 자율화는 자율이 아닌 타율이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 자율화방안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 이 방안은 이미 2010학년도 부터 적용되었기에 계속해서 점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시도교육청에서 따라서 점검을 하는 방법이나 정도에 차이가 많다. 굳이 점검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학교에서 받아들이는 여파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안하고는 안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20% 증·감 편성이라고 했지만 증가해서 편성은 가능하고, 감축해서 편성하는 것은 안 되도록 되어 있다. 증가한 시간만큼 다른 과목에서 감축을 하거나 증가한 시간에서 일부만 감축해도 되도록 되어 있다. 감축만 하는 것은 안 되지만 증가만 하는 것은 가능하다. 결국 학교에서는 자율화방안을 따르기 위해서는 '증가=감축'이 가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증가>감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느 과목이 증가되어 감축이 불가피한 과목이 발생하면 그 과목의 담당교사가 남게되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 한다. 5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정기전보는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감축된 교과는 시수가 감축되었지만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과과정은 무조건 모두 가르치도록 되어 있다. 만일 1시간이 감축된다면 나머지 시간만으로 모든 교과내용을 가르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일부 과목에서 증가가 되면 나머지 과목은 부실한 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임에도 무조건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을 따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20% 증감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이야기는 그저 들려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교육청에서 보이지 않게 증감 편성을 계속해서 유도하다보니, 일선 학교의 교장과 교감들은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증감없이 그대로 편성하겠다는 학교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사회 여건이나 학생, 학부모의 요구 사항과는 상관 없이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무조건 증감편성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문제가 확실히 많다. 어떤 과목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의 문제는 기본이고, 전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공통교육과정에 포함된 과목을 이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일부의 과목은 제대로 배우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 교육청이 돕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은 이 모든 것들이 학교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일 뿐이다.

집중이수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없다. 그러나 교과서는 2007 개정교육과정 교과서를 사용한다. 교과내용도 같다. 그렇지만 집중이수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배우는 시기는 다르다. 그렇다면 교과서도 학년 구분을 없애고 학년군을 적용해야 옳다. 학년구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과목마다 한권의 교과서로 통합되어야 옳다. 언제 어떤 과목이 집중이수를 실시할 것인지 알수 없는 상황이기에 교과서의 학년 구분은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몇 가지 문제를 수정해야 옳다. 집중이수를 실시하는 과목 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전학을 다니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최대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시된 것을 그대로 시행한다면 학생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집중이수하는 과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8개 과목 이내로 편성하도록 되어있는 것을 9~10개 과목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창의적 체험활동도 개선이 필요하다. 고시 내용을 그대로 따른다면 현재 실시되고 있는 계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만일 계발활동까지 하지 않게되면 창의적 체험활동부분은 부실해 질 수밖에 없다. 체험활동을 하려고 해도 장소와 비용문제가 발생한다. 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해 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 부분도 수정이 필요하다.

그 밖에도 수정해야 할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다. 교과서문제, 증감편성 문제 등인데 이 부분도 손질이 필요하다. 증감의 폭을 최소화 해야 한다. 교과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교육과정 자체가 파행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학교를 생각하고 학생을 생각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결국은 수정고시를 단행해야 한다. 당장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하루빨리 수정고시 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