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잡무경감' 해법은 있지만…

2010.05.31 09:25:00

교원평가제 도입과 함께 교사들이 업무를 경감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그 방안을 믿는 교사들은 별로 없다. 발표로 끝날 가능성이 있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상투적인 대책을 반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턴교사를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인턴교사의 한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할 시 정규교사가 아니기에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학교현장을 살펴보면 교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 수 있다. 교원평가제 도입으로 교사들은 지도안 작성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지도안이라는 것이 학교에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긴 해도 매 시간마다 지도안을 작성하여 수업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부모에게 수업을 공개하기 위해서 수업공개기간을 두고 있다. 그런데 매일 같이 똑같은 단원의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기간 동안의 지도안을 모두 작성해야 한다. 지도안 작성이 쉬운지 어려운지는 교사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학기마다 2회의 수업공개를 하라고 했다. 이 수업공개는 교원평가와 별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수업공개를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이어서 교원평가대비 수업공개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동료교사 평가에 대비해 준비를 해야하고, 다른 교사들의 수업도 참관해야 한다. 교과별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참관록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연간 수업계획도 작성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들의 수업장면을 동영상 촬영도 하고 있다. 동영상 촬영을 위해서는 또 한 명의 교사가 카메라를 메고 들어가야 한다. 촬영이 끝나면 파일변환이나 편집작업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교사들의 몫이다.

수업공개와 관련된 준비만 한다면 그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공문서 처리, 학사 일정에 따른 학교교육활동 준비 등은 교사들의 업무를 더욱더 가중시키고 있다. 밤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시간외 근무를 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 시간외 근무를 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면서 당국에서는 시간외근무에 대한 지침을 내려보내고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정당하게 시간외 근무를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결국은 늦게 남아서 업무를 처리해도 시간외 근무를 아예 신청하지 않고 근무하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교사들의 능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공문들이 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청에 문의해도 담당장학사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은 공문서작성을 주관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주관적으로 작성하기 까지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공문서이기에 어쩔수 없이 보고를 하고 있다.

여기에 방과후 수업준비, 부진학생지도 준비, 교과학습 부진학생 지도 준비도 많은 시간을 요한다. 지도하는 시간보다 준비시간이 훨씬 더 길다. 교원평가를 위한 시스템 정비부터 평가를 위한 사전정비까지 모두가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중간에 교원평가 진행상황도 보고해야 한다. 교육비리가 터지면서 마치 학교에서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학교에 청렴관련 공문이 수없이 많이 오고 있다. 그때마다 보고를 해야 한다. 보고할 것이 없는데도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은 정말로 고통스러울 뿐이다.

교원의 업무경감, 정말로 대책이 없는 것인가. 아니 대책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당국의 의지가 부족하다. 서술형평가의 정착을 위해서는 정말로 채점 보조교사가 필요하다. 아니면 서술형평가를 하는 교과의 수업시간을 대폭 감소시켜 주거나 보조교사의 확보가 시급하다. 서술형 채점을 마치고 성적표 발송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또 기말고사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채용한 인턴교사, 수준별이동수업 강사 등을 학교에서 적절히 활용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단순히 수업보조로 활용해서는 학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도 채용조건에 철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후 업무처리 등에 직접 투입해야 한다. 예산을 들인만큼 이들의 활용을 적절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인턴교사 자신들도 자신의 업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직접 수업을 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시험감독도 하고 싶어 한다. 채점도 자신들이 하면 잘 할수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에 이들에게 수업이나 업무를 맡기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수준별 수업정도를 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당국의 의지와 함께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명확히 판단하고 그에 맞는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하겠다. 의지가 있다면 해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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