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논술 능력 키워야

2010.06.02 22:39:00

최근 들어 갑자기 부상한 것이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사교육을 받지 않고 스스로 공부한 자기주도적 학습이력이 있어야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했느냐 사교육에 의존했느냐가 합격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11학년도부터 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총 71개 고교 입시에 '자기주도적 학습' 전형이 실시된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지만 아직은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일부 영재과학고등학교는 이미 입학원서 접수를 끝마쳤다. 학생들을 선발하는 다양한 방법 중 자기주도적 학습의 결과를 중요한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학교도 있다. 여기에 필수적인 것이 교사의 추천서이다. 학교장 추천서보다 교사들의 추천서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교사추천서 작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정하게 정해진 틀을 활용하여 간단하게 몇 자 적으면 추천서가 완성 되었었다. 그러나 지난해 부터는 추천서 작성이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다기 보다는 추천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신중하게 작성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도 올해 영재과학고등학교의 교사 추천서를 작성했다. 교과담당교사 자격으로 추천서를 작성했는데, 이 추천서를 작성하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고등학교 입시에 활용되는 추천서이기에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러 번 작성을 했다가 수정을 하고 또 다시 수정을 했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들어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또 수정을 했다. 최소한 5회 정도 수정을 한 것으로 기억된다. 학생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수정해도 되고 얼마든지 붙잡고 계속 다듬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이 한 학생만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교과담당교사나 담임교사나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모두 추천서를 작성해 주어야 한다.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학생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그 특성에 맞는 추천서를 작성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러 학생들이기에 작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내용도 잘 다듬어야 하고 문장도 매끄럽게 다듬어야 했다. 입시에 반영이 되는 중요한 자료이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필요한 것을 찾아냈다.

바로 교사들의 논술 능력이다. 추천서의 양식이나 작성조건이 달라짐으로써 교사들도 논술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같은 글을 쓰더라도 좀더 호소력있게, 좀더 이해하기 쉽게 작성해야 했기에 글을 쓰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학생들만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교사들도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한 논술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학교에서 추천서를 요구할 것이고, 어쩌면 교사들의 글쓰기 능력이 소중한 제자들의 합격을 결정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서술, 논술형 평가의 확대와 맞물려 교사들의 글쓰기 능력은 더욱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서술, 논술형 문제를 채점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맞는 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길러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학교상황이 교사들에게 글쓰기 공부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교육활동은 물론, 자기주도적 학습의 일환인 방과후 학교 지도, 방과후 공부방 학생지도 등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 따라서 교사들에게도 글쓰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연수를 받으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쉽지 않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앞으로 고등학교 입시철이 다가오면 더 많은 학생들의 추천서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이들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추천서 작성요령 등에 대한 연수가 필요하다. 단순히 논술능력을 높이는 연수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당장에 활용할 수 있는 연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깊은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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