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이빨’, 그리고 ‘치아’

2010.07.06 17:39:00

연예인 MC몽이 ‘이’를 뽑아 병역 기피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관계 기관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니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이빨’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다음의 언론 매체를 보자.

○ MC몽은 3~4년에 걸쳐 이빨을 뽑았고, 두 차례의 징병신체검사를 받은 끝에 병역면제판정을 받았다. 소속사 아이에스엔터미디어의 윤영로 이사는 “MC몽의 치아 손상은 KBS 2TV ‘1박2일’에서 음식을 먹을 때 앞니로만 오물오물 씹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일간스포츠, 2010년 7월 1일)
○ 이빨 없는 MC몽 군 면제…사랑니 없는 나도? MC몽의 병역기피의혹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서 6개월간 내사를 진행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얼마나 이빨 상태가 안 좋으면 군 면제 판정까지 받았느냐”는 네티즌들의 질문이 쇄도하고 있는 것.(뉴데일리, 2010년 7월 02일)
○ MC몽은 자신의 이빨을 뽑아 군 기피 의혹을 받으며 경찰 소환 조사가 예정된 상태이며 이효리는 자신이 최근 발매한 앨범이 모두 표절이라고 인정하면서 음반활동을 중단한 상태다.(투데이코리아, 2010년 7월 4일)


흔히 사람은 ‘이’라고 하고, 동물은 ‘이빨’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몇 가지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다. 먼저 ‘이’와 ‘이빨’을 사전에서 검색하면 다음과 같다.

‘이’
1. (의학)척추동물의 입 안에 있으며 무엇을 물거나 음식물을 씹는 역할을 하는 기관.
- 이가 나다.
- 이를 빼다.
- 충치를 예방하려면 음식물을 먹은 뒤엔 꼭 이를 닦아야 한다.
2. 톱, 톱니바퀴 따위의 뾰족뾰족 내민 부분.
- 이가 나가다.
- 이가 맞물려 돌아가다.
3. 기구, 기계 따위의 이에짬.
- 이가 맞다.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 누런 이빨
- 호랑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울부짖었다.

사전에서 보듯 보통 사람의 치아는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울러 사람의 경우도 ‘이빨’이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여기서 문제는 사람과 동물의 문제가 아니다. 즉, ‘이’는 보통 사용하는 표현이고,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이’는 평칭이고, ‘이빨’은 비칭이다.

그러다보니 언중 사이에 ‘이’는 점잖은 표현에 쓰고, ‘이빨’은 동물 등에 사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실제로 아래 예에서 보듯 ‘이빨’은 동물에 많이 사용한다.

○ 이 박사는 “이빨이 발달하고 눈이 앞으로 쏠려있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티라노사우루스는 사자처럼 날렵한 사냥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중앙일보, 2010년 7월 4일)
○ 2002 월드컵 직전 브라질은 남미 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듭하며 4명의 감독이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게다가 대회 직전까지 이빨 빠진 호랑이로 불린 악순환으로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엑스포츠뉴스, 2010년 7월 5일)

그런데 ‘이’는 어른에게 하는 표현은 아니다. 이때는 ‘치아’라고 해야 한다. 이는 ‘나이’와 ‘연세(年歲)’와 같은 경우로 우리말은 평칭이고 한자어는 존칭으로 사용한 경우다.

‘이’는 예부터 오복(五福) 중에 하나라고 했다. 생명력 넘치는 삶, 건강미 넘치는 외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치아다. 늙어서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치아(齒牙)는 행복한 삶의 첫 번째 조건이다.

‘이’는 생명의 상징이다. 말(馬)은 특히 난 이빨 수와 빠진 이빨 수를 보면 연령이 그대로 측정되는 동물이다. 사람의 경우도 비슷하다. 나이가 들면 이가 점차 빠져 없어져 버린다. 연치(年齒)라는 말이 나이를 뜻하는 단어로 자리를 잡은 이유다. 역시 같은 의미의 ‘연령(年齡)’이라는 단어 속에도 ‘령(齡)’이라는 글자는 ‘치’가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는 아름다움의 시작이다. ‘이’가 제대로 나지 않으면 예쁘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교정을 하는 여인이 많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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