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각 학교가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음악, 미술 등 예술 교과의 시수를 늘리도록 유도하고 2012년까지 전국 초·중·고교 1000곳을 예술교육선도 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라는 교과부의 발표가 있었다.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라 학교별로 수업시수의 증감이 가능해 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유도한다는 것이 자칫하면 강제성을 띨 가능성이 있고, 학교자율화를 방해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따라서 예술교육 강화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그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에 교과부에서는 국·영·수 중심으로 교과시간을 늘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국·영·수를 늘리는 학교는 지도의 대상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국·영·수가 주춤해 졌지만 막상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면 또다시 국·영·수를 늘린 학교들이 나타날 것이다. 교사들은 국·영·수를 중요시하는 풍토가 학교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다른 과목보다 국·영·수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당연히 입시제도가 맞물려 있다. 그러니 국·영·수를 늘리지 않고 다른 과목을 늘릴 학교가 얼마나 있겠는가.
교육과정에서 20%증감을 허용하면서 국·영·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그리 놀랍게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다. 증감을 해도 된다고 하더니 국·영·수는 안 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학교에 자율권을 주었으면 학교에서 알아서 하도록 했어야 한다. 학업성취도평가나 진단평가만 하더라도 국·영·수 중심으로 시험을 실시하기 때문에 학교입장에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학업성취도평가를 학교장평가와 학교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는데, 어느 학교에서 다른 과목에 중점을 두겠는가. 당연히 국·영·수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술교육을 강화한다고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예술교과의 시수를 증감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일단 학교에서 받아들이는 수위는 최소한 유도가 아니라 권장사항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예술과목을 늘리면 인센티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학교평가에 반영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음악, 미술교과의 수업시수를 늘리도록 한다는 이야기인데, 대부분 학교에서는 이미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육과정의 기본안이 나와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교과 시수를 늘리게 되면 교육과정 기본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단편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학교에서는 쉽게 늘리고 줄일 상황은 아니다. 학부모, 학생, 교사를 대상으로 의견수렴까지 마쳐서 기본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이번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아직은 기본편성만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다른 과목에서 활성화방안등이 발표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정말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내년도 교육과정편성에 따라 교과서 주문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돌아갈지 알 수 없지만, 조만간 교원수급과 교과서 주문등이 따라야 한다. 역사교육이나 과학교육의 활성화 방안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예술교과의 시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국·영·수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수업시수가 많은 교과에서 줄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영·수가 아닌 다른 과목에 손을 댈 경우는 해당교과의 반발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도 수업시수가 많지않아 학습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목들이기 때문이다. 국·영·수를 줄이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국·영·수는 입시에서 중요시해야 할 과목이고, 성취도평가도 이들과목 중심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예술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 일선학교에 혼란을 주지나 않을까 염려스운 것이다. 교과간 형평성 문제는 교육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따라서 예술교과의 수업시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예술교과 수업이 질높고 수준높게 진행되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더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이다. 현재의 예술영재 비율을 수학,과학영재 비율만큼 끌어올리는 방안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단순히 수업시수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보다는 질높은 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