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하자

2010.08.17 08:47:00

얼마 전에 방학 중임에도 전입생이 왔다. 교육청에서 배정을 했기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전입생을 받아야 한다. 단, 위장전입인가에 대해 학교에서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배정학생 명단을 보낼때 그렇게 명시되어 공문이 온다. 방학 중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학기 중에는 전입생 현장실사를 가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고등학교 배정을 앞두고도 위장전입(가거주) 여부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어려운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교육청에서는 주민등록등본상에 이상이 없으면 학교를 배정해 준다. 요즈음에는 거의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에 배정을 하게된다. 주민등록등본만 이상없으면 배정을 해 주고 나머지는 학교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대략 2학기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3학년 전출입이 금지되는 10월 말까지 3학년 학생들의 전입이 유난히 많다. 그중에서 인근의 경기도에서 전입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인근의 다른 학군에서도 전입생이 종종 오지만 대부분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된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라면 어차피 비슷한 학생들을 서로 전출입을 통해 주고받는 형태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이들은 실제로 이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특별히 전출입상에서 문제는 없다. 단지 그런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인근의 경기도에서 전입오는 학생들의 경우는 위장전입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경기도와 서울의 고입제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경기도에서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 어려운 경우는 인근의 서울학교로 전입을 오게 된다. 이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소만 옮기는 위장전입이 많다. 특히 서울에서도 경기도에 가까운 학교를 선호하게 되는데, 교통편을 고려하게 된다. 이렇게 경기도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자주 전입을 오는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위장전입 여부를 학교에서 철저히 조사를 한다. 

문제는 위장전입을 확인하기 위해 실사를 나가는 인력도 부족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든지 전입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어느 학교가 그래도 좋다고 소문난 학교인지 교통편은 어떤지 정확하게 사전조사를 한 후에 전입을 오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여러가지 정황상 확실한 가거주임에도 인정하지 않는다.

최후의 수단은 전세계약서나 매매계약서이다. 이런 서류들도 별도로 작성이 가능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계약서의 유무까지 확인이 되어야 학부모들은 어쩔수 없이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알고있다. 학부모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규정상 무조건 전입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학교의 사정이다.

여기서 한 가지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 학부모와 학교의 관계가 위장전입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상하게 흐른다는 것이다. 만일 위장전입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학부모는 물론 해당학생과 실사를 다녀온 교사 사이에 서로 서먹한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전입을 오게되면 한두번 보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학생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실사를 다녀오는 문제 역시 담당교사에게는 업무가중이라는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수업도중에 전입생이 온다면 수업시간을 바꾸면서 다녀와야 하고, 행정실 직원이 다녀온다고 해도 업무공백은 불가피하게 된다. 어떤 학교는 교감선생님이 직접 실사를 나가기도 한다고 하는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에서 주민등록등본만 확인할 것이 아니고, 계약서도 함께 확인하면 된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원한다고 무조건 그 학교에 배정하는 것도 바꿔야 한다. 주소지 근처에 다른 중학교가 있는데도, 다른 학교를 원하지 않는다면 일단은 왜 그렇게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배정을 해야 한다. 학급 당 학생 수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살펴보고 배정해야 옳다. 특정한 학교를 자꾸원한다면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미리 알아보고 배정하라는 이야기다.

일단 배정을 해놓고 학교에서 알아서 처리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만일 위장전입으로 확인되면 해당학생은 1개월 이내에는 다시 전입을 요청할 수 없기에 위장전입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학생에게 돌아가는 피해도 적지않다. 결국 교육청에서 조금만 신경써서 규정을 바꾼다면 학교의 업무가중도 피할 수 있고, 학부모나 학생에게 위장전입으로 인한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위장전입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위장전입의 전력이 있다면 현재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어렵다. 그만큼 위장전입은 간단해 보이지만 교육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당한 절차가 아니기에 부당한 것이다. 먼 훗날 이 아이들이 성장했을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상황에서 위장전입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교과부와 각 시도 교육청의 노력이 절실하다. 물론 위장전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인식개혁이 우선이지만 인식개혁이 완료되는 그 시점까지는 원천적으로 위장전입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위한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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