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그 무서운 위력을 보다

2010.10.06 09:39:00

“축구공이 무섭다!” 이게 무슨 말인가? 17세 이하 여자 축구가 세계를 제패하는 마당에. 혹시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이거나 축구공에 맞아 다친 경험이 있는 사람 아닐까?

아니다. 축구공을 무서워 하는 사람은 우리 학교 기사, 행정실장, 교장이다. 왜? 축구골대 뒤에 있는 펜스가 축구공에 의해 계속 망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고치려니 노동력이 들어가고 비용이 지출된다.

우리 학교 축구골대에는 골망이 쳐져 있고 또 그 뒤에는 펜스가 있다. 날아오는 축구공으로부터 화단과 식물을 보호하고 건물의 유리창 파손을 막기 위해서다. 펜스가 없을 때는 축구공이 유리창을 통해 실내에까지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펜스를 설치한 지 약 2년, 펜스는 어떻게 변했을까? 축구공을 얼마나 맞았는지 그 진동에 펜스를 고정시킨 좌우 나사가 풀려떨어져 나갔다. 그 뿐 아니다. 펜스의 굵은 철사가 휘어져 벌어지기도 하였고 용접한 곳이 떨어졌다. 북쪽의 펜스 한 곳은 전체가 떨어져 바람에 흔들거린다.

그대로 더 이상 방치하다간 펜스가 완전히 망가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가 필요한 것이다. 관련업체로 견적을 받아 보니 90여만원 가까이 나온다. 펜스 철사가 더 이상 뒤로 밀리지 않도록 보강 가로 쇠막대를 붙이는 비용이다. 여기에는 재료비와 인건비가 포함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 축구펜스를 설치할 때는 보통 울타리용 펜스는 불합격이다. 강도가 약해 축구공에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굵고 강도가 센 펜스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유난히도 축구를 좋아한다. 개교 당시에는 반 대항 서호컵 축구대회도 있었다. 오늘 충간고사 첫날인데도 시험 후 땡볕 아래에서 축구 시합에 들어가 땀을 뻘뻘 흘린다. 체육시간에도 남학생은 축구를 즐긴다.

우리 학교 체육교사 말에 의하면 축구에 빠진 몇 몇 학생은 축구를 마치 종교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축구 없이는 못 사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축구는 건전한 스포츠다. 언론 보도를 보니 스포츠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도 잘 한다고 한다. 또 머리가 좋은 사람이 운동 기능 숙달 속도도 빠르다고 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축구의 생명은 슛이다. 이왕하는 축구, 골대를 벗어나 펜스를 망가뜨리지 말고 슛을 성공시켜 골망을 괴롭히는 것은 어떨까? 골망 교체 비용이 펜스 수리비용보다 더 싸기에 하는 말이다.

오늘도 학생들은 축구에 빠져 있다. 교장은 펜스 뒤에서 펜스를 살펴보며 안전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축구공의 무서움을 실감하면서.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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