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교육도 필요해요!

2010.11.18 10:41:00

교육은 머릿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칼릴 지브란

오늘 아침은 우리 반 아이가 생일을 맞은 날입니다. 1학기 때 생일을 맞은 다른 아이에게 생일 교육을 시켰기에 기대를 하고 아침 독서 시간이 끝나길 기다렸습니다. 마침 내 책상 위에는 생일 축하 음식으로 가져온 부침개 한 접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 미리 생일 교육을 시켜서 보낸다는 걸 깜빡 잊어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예지가 생일이구나. 생일 음식은 그냥 먹지 않는단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낳아주셔서 감사한다는 큰절도 하고 감사 편지도 드렸니? 선생님이 학교에 오면서 그게 걱정이 되었단다. 1학기 때 말한 거라서 까 먹었나 보구나. 우리 예지에게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축하 카드도 만들어주자. 간식은 1학년 동생들과 나누어 먹으면 좋겠지? 선생님은 책 선물을 준비했어요."

아무말도 안 하고 웃기만 하는 걸 보니 생일날 해야 될 일을 잊은 게 분명했습니다. 아무래도 확실한 생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시간을 들여 차분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생일날은 축하를 받기 이전에 꼭 해야 될 일이 있다고 말입니다.

"선생님도 어렸을 때는 생일날이면 축하를 받는 것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날이면 어머니께서 해 주시는 호박떡을 맛있게 먹으며 이웃 집에 떡을 돌렸답니다. 겨울이라서 가을에 말려 놓은 늙은 호박이 단 맛이 들어서 그 호박떡이 얼마나 맛있었답니다. 그런데 내가 책을 읽고 깨달을 때까지 아무도 생일이면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겁니다.

생일이면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일이 먼저 라는 걸 알게 해준 것은 바로 책이었답니다. 그 책에는 석가모니께서 부모의 은공을 말한 것이 있었습니다. 불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을 수미산이라고 하는데, 부모님께서 낳아주신 공을 갚으려면 자기 어깨에 부모님을 올려놓고 수미산을 오르내리며 어깨뼈가 닳고 드러나서 으스러질 정도가 되어도 그 은혜를 갚지 못 한다는 귀절이었어요. 그 책을 읽었을 때 이미 나의 부모님은 세상에 계시지 않아서 눈물이 났답니다. 살아 계실 때 내 생일에 감사 표현을 한 번도 못한 죄스러움 때문이었답니다.

또 다른 책은 중국의 장개석 총통 이야기였습니다. 그 분은 살아있을 때 자신의 생일이 되면 하루 종일 물 한 모금도 먹지 않았다는 글이었습니다. 자기를 낳으며 죽음의 고비를 넘긴 어머니의 고통을 그 날 하루만이라도 생각하며 살고 싶어서 평생 동안 생일날이면 그렇게 했다는 글은 정말 가슴에 박혔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생일이라고 자랑을 할 때마다 축하 받기 전에 먼저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도록 해왔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용돈으로 부모님의 속옷을 예쁘게 준비하고 감사 편지도 넣어서 드리게 했습니다. 생일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큰절도 올리게 했답니다.  우리 2학년 친구들은 꼭 할 수 있지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니 감성이 풍부한 우리 반 아이들의 눈에는 촉촉한 물기가 번졌습니다. 나도 잠시 목이 잠겨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계시지 않은 그리운 부모님이 그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며 깨달음의 씨앗이 터지는 소리를 듣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선한 목적을 일깨워주는 교직의 아름다움

교직의 아름다움! 그것을 깨달으며 환희를 느꼈답니다. 교과서에는 없지만, 체험을 통해서 얻은 삶의 지혜를 미리 깨달은 자로서 그것을 충실히 전해줄 책임을 지닌 자가 바로 선생임을 생각하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꽃자리인지,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생이 다 하는 날까지,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날만이라도 어버이의 은공을 생각하며 아름다운 생일날을 만들어가리라 믿습니다. 효의 가치는 모든 것에 우선하기에, 효를 실천하는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인간답게 살아갈 우수한 떡잎이기에 아름드리 나무로 자랄 것임을 믿습니다.

이제 이 아이들은 생일날 축하 받지 못했다고, 선물을 챙겨주지 않았다고  떼를 쓰고 슬퍼하기 전에 자신이 부모님께 먼저 생명을 주신 엄청난 은혜에 감사했는지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볼 것입니다. 가르치는 일은 배우는 일임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아이들에게 생일 교육을 시키며 내 가슴은 어버이의 빈 자리로 쓸쓸하고 죄송했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의 아이들이, 어른들도, 생일이면 어버이의 가없는 은혜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의 큰절을 올린다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겠지요? 어버이를 죽이는 패륜이 가슴이 저리지만 그럴수록 효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겠지요? 엄청난 패륜이 보도되는 현실 속에서도 부모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내가 심은 선한 씨앗이 아름드리 참나무로 자라는 모습을 상상하며 부지런한 다람쥐처럼 아이들의 가슴 속에 선한 씨앗을 심겠습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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