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운명을 달리하다’라고 하면...

2011.01.30 12:04:00

국어정서법이 어긋난 경우도 있지만, 문맥이 이상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엉뚱하게 사용해서 생기는 오류다. 사람이 죽은 것을 표현하면서 ‘운명을 달리했다’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이와 관련하여 각 단어의 의미를 사전에서 살펴보면,

‘운명(殞命)’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
- 형은 오랜 객지 생활로 아버지의 운명을 보지 못했다.
- 할아버지께서는 80세를 일기로 운명하셨습니다.

‘달리하다’
어떠한 사정이나 조건 따위를 서로 다르게 가지다.
- 우리는 당신들과 생각을 달리한다.
- 이번 연구는 기존의 연구와 방법론을 달리했다.

운명은 그 자체로 죽음의 의미를 나타낸다. ‘운명하다’라는 동사로 쓰면 의미 표현이 충분하다. ‘달리하다’는 ‘달리-’라는 부사에 ‘-하다’가 붙은 말로 서로 같지 않다는 뜻이다. ‘같이하다’와 대립되어 쓸 수 있다.
따라서 ‘운명’ 뒤에 ‘달리하다’와 같은 말이 온 것은 잘못이다. 사람이 죽은 것을 이를 때는 ‘유명(幽明)을 달리했다’고 할 수 있다. ‘유명’은 ‘저승과 이승’을 가리키는 말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하면 ‘이승을 떠서 저승으로 갔다’는 의미다. 이는 죽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관용구다.



‘운명(運命)’이라는 단어는 ‘운명을 달리하다’라고 사용할 수 있다.

‘운명(運命)’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
- 운명에 맡기다.
-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부딪히다.
- 사람이 늙어서 죽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운명’에는 ‘달리하다’라는 동사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 우리는 운명을 달리했다.
* 이웃과 운명을 달리했다.
* 그들은 서로 운명을 달리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달리하다’의 상반된 말은 ‘같이하다’가 있다. ‘같이하다’와 ‘달리하다’는 부사에서 만들어진 단어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두 단어는 동일한 문장 내에서 서로 교체 사용이 가능하다.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것은 쉬운 말로 하는 것이다. 글이나 말이나 간단명료해야 하고 현학적인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운명을 달리하다’도 어렵게 표현하려다 발생하는 문제다. 쉽게 ‘돌아가시다’라고 표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좋은 글이란 어렵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주제조차도 쉽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 글이다. 말을 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진솔한 감정이 쉽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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