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 ‘나’를 인터뷰하다

2011.03.06 14:33:00

교직에 발을 디딘지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큰 과오 없이 무난하게 교직 생활을 한 것은 오직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직에 들어서서 처음에는 어설펐다.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헤매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걸어왔다.

교직은 나의 직업이기도 했지만, 나는 교직의 길을 걸으면서 즐거웠다. 늘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이 설렜고, 기대가 되었다. 때로는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그들이 걷는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면 마음이 뜨거웠다. 그러고 보니 나는 교직은 생업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 많이 성장하는 기회를 얻었으니 행복한 사람이다.

그동안 교직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걸어왔을까. 만약 누군가 물어온다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것보다 지금 나에게 묻고 스스로 답을 해본다.

- 교육 철학이 있을까.

철학은 철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상인도 누구나 나름대로 살아가는 철학이 있다. 하물며 교사로서 철학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교육은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 생활 교육에 충실했고, 인성 교육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러한 기본 철학이 주입되니까 아이들도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학습 효과도 높았다. 나는 교직 출발부터 줄곧 인문계 고등학교에만 근무했다. 그리고 3학년 담임도 오래 했다. 그러다보니 입시 준비를 하는 교육에 몰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사람 되는 교육에 노력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무게의 중심을 두었다. 그리고 나는 교직 생활 동안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들을 존중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힘을 두고 살아왔다. 늘 그들과 함께 웃고 싶고 또 그들의 미래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나에게 교육 철학은 거대한 학설보다 이게 우선이었다.

- 글 쓰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서생님이 원용문 선생님(후에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정년퇴임)이셨다. 선생님은 국어를 가르치셨고, 시인이셨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당신의 시를 직접 읽어주셨다. 그때 나는 잿빛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었는데 선생님의 시는 마른 나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나는 글을 통해서 아이들과 만나고 싶었다. 국어 교사로,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창작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때도 글쓰기에 매진을 했고 교직에 들어와서도 등단을 위해 노력했다. 또 내게 글쓰기는 삶의 결핍을 메우는 에너지다. 우리 삶이란 늘 어떤 결핍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나는 결핍의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글쓰기다. 글쓰기는 일상에서 잃어버렸던 나를 회복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아탐색이고 나를 획득하기 위한 중심축이다. 따라서 나의 글에서는 ‘나’를 제거하면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문학 교육은 감상의 범주에 있었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에서 문학 창작 교육이 도입되었다. 따라서 국어 교사가 학생에게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일부 교사는 글쓰기가 특별한 재능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하는 것은 전문 문인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한 최종 단계이다. 우리 교육에서 대학 입학시험 때문에 국어를 지식 중심으로 교육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국어 교육은 능력 중심으로 이해하고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언어 행위는 언어를 사용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관련 지식을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고 훈련해야 더 잘 할 수 있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 주로 가르치는 글의 갈래는 문예문보다 경험, 사실, 논리 위주의 실용적인 글을 쓰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직접 시범을 보여야 한다. 이는 체육 시간에 교사가 뜀틀 시범을 보이고, 음악 시간에 악기를 연주해 보이는 것과 같다.

- 우리말 바로쓰기 운동에 정열을 보이자.
 
국어 교사로 우리말 사용에 대한 애착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아이들이 화법 등이 미숙한 부분이 많아서 지도를 하고 있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생활하게 된다. 언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가 깨끗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매일 입에 달고 사는 언어도 바르게 다듬어야 한다. 바른 언어 표현이 우리의 생활을 빛나게 한다. 그런데 학교 밖의 언어 환경은 많이 부족하다. 고학력자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정서법이 바르지 않고, 심지어 이런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공공 기관 및 사회단체도 마찬가지다. 맞춤법이 틀린 공문을 생산하고, 정서법이 틀린 현수막을 내 걸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이 일에 매진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수원시정 신문 ‘늘 푸른 수원’에 ‘바른 말 고운 말’이라는 칼럼을 약 4년 동안 연재했다. 그리고 2005년부터는 인터넷에 우리말 바로 쓰기에 대해 게재하면서 오용 사례를 사진으로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특정 단체로부터 항의를 받기고 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전화를 직접 해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문을 구해오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교과서 교열 작업 등에 참여하고 지금도 수원방송 ‘아름다운 우리말’ 자문을 했다. 또 경기도지사로부터 한글 운동 관련 표창을 받고, 작년에는 2008년에는 ‘바른 말을 찾아서’(도서출판 글벗), 2011년에는 ‘고교생이 알아야 할 우리말’(도서출판 글벗)라는 교양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특히 ‘바른 말을 찾아서’에 있는 글 중에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글이 실리기도 하고, 고교 EBS 교재에도 실렸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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