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심은 사람 이야기

2011.03.21 09:26:00

나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책은 나에게 여유를 선물한다. 바쁜 일상에서 책을 손에 들면 한가로움이 번져온다. 나이를 먹어가도 늘 결핍의 영역이 커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책이 있어 그것을 메울 수 있다.

나는 세계와의 소통을 책으로 한다.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 결국 답을 얻거나, 최소한 얻는 과정을 알게 된다. 힘들 때도 책은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 책은 거친 세상에 외롭게 걸어가는 나의 동반자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었다. 이 책은 젊은이가 폐허처럼 보이는 마을에서 한 양치기 노인을 만나면서부터 생기는 이야기다. 젊은이는 프랑스의 알프스 여행길에서 물을 찾아 폐허가 된 마을을 헤매며 불모의 땅을 걸어가다 양치기 노인을 만나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는다. 젊은이는 노인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고, 그 다음 날 노인이 황무지에 나무를 심는 것을 보았다. 양치기 노인은 55세 된 엘제아르 부피에로서, 아내와 아들을 잃었다. 산에 들어와 홀로 도토리 파종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다. 그는 나무가 부족하여 땅이 죽어가고 주민들이 포악해진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땅은 아니지만 산 곳곳에 너도밤나무뿐 아니라 떡갈나무 씨를 뿌리고 가꾼다.

그는 3년 전부터 이 황무지에 홀로 나무를 심어 왔다고 했다. 그리하여 그는 도토리 10만 개를 심었다. 그리고 10만 개의 씨에서 2만 그루의 싹이 나왔다. 그는 들쥐나 산토끼들이 나무를 갉아먹거나 신의 뜻에 따라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경우, 이 2만 그루 가운데 또 절반 가량이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이 땅에 떡갈나무 1만 그루가 살아남아 자라게 될 것이다.

그제야 나는 그의 나이가 궁금했다. 그는 분명히 쉰 살이 넘어 보였다. 그는 자신의 나이가 쉰다섯 살이라고 했다.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였다. 지난날 그는 평야지대에 농장을 하나 가지고 자신의 꿈을 가꾸며 살았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나는 5년 동안 전쟁터에서 싸웠다. 나는 나무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나는 부피에가 살던 곳을 다시 찾아왔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죽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보아서 그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그는 더 원기 왕성해 보였다. 그는 100여 통의 벌을 치고 있었다. 그곳에서 열 살이 된 떡갈나무들을 본다. 나무들은 키가 높이 자라 있었다.



나는 숲을 보면서 한 사람의 영혼과 노력에 경이감을 느낀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한 사람의 영혼과 손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엘제아르 부피에를 통해 인간도 하느님처럼 유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의 묵묵한 실천에 대해 감동에 젖는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아주 천천히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별히 놀라지 않았다. 사냥꾼들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으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이나 관리들도 그처럼 고결하고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하느님이 보내준 일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엘제아르 부피에의 숲은 1939년에 일어난 2차 세계대전 때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그 당시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목탄가스로 움직였기 때문에 나무가 항상 모자랐다. 그래서 사람들은 엘제아르 부피에가 1910년에 심은 떡갈나무들을 베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숲은 도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경제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숲을 포기했다. 그러나 부피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는 그곳에서 30㎞ 떨어진 곳에서 평화롭게 자기 일만을 묵묵히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1914년의 전쟁에 마음을 쓰지 않았던 것처럼 1939년의 전쟁에도 마음을 쓰지 않고 자기 일을 계속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엘제아르 부피에를 만난 것은 1945년 6월이었다. 그때 그는 여든일곱 살이었다. 1913년에는 이 마을에 열 집인가 열두 집이 있었다. 사람도 세 명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원시인에 가까운 삶을 살았고, 죽음을 기다는 것밖에 희망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숲에 바람이 불고, 물이 넘쳤다. 보리수는 무성하게 자라 부활의 한 상징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이 되살아났고, 젊음과 활력이 넘쳤다. 새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1만명이 넘었다. 사람들이 엘제아르 부피에 덕분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 모두가 한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힘만으로 얻은 것이다.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알제아르 부피에는 몇 년 뒤 여든아홉이라는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유산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되찾았다. 알제아르 부피에의 인내와 끈기가 없었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다.

이 책은 한 늙은 양치기의 나무 심기로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산 이야기다. 주인공 알제아르 부피에의 외로운 노력으로 프로방스의 황무지가 새로운 숲으로 탄생한다. 그의 삶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인류의 재앙 한가운데 있었다. 전쟁은 이기심과 탐욕이 판을 치고, 모든 생명이 힘겨운 생존을 한다. 특히 전쟁은 자연도 모조리 파괴한다. 그러나 주인공 알제아르 부피에는 묵묵히 나무를 심는다. 나무는 자연이고 생명이다.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의 노력이 맺은 결과는 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다.

주인공은 나무가 아닌 희망을 심었다. 이 책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에게 교훈을 준다. 그리고 꿈과 희망을 준다. 황무지를 생명의 공간으로 만들었듯이 인간의 실천과 노력은 희망을 준다.

주인공을 통해 우리는 이타적 삶을 사는 자세를 배운다. 자신보다는 대중을 위해 사는 고결한 삶의 모습을 발견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삭막하게 사는 인류의 모습을 깨우치게 한다. 현대의 기계적이고 반환경적인 삶은 생명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주인공은 불굴의 정신과 노력으로 위대한 결과를 만들었다. 이 책은 인간의 노력을 통해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오랜만에 매혹적인 고전을 만났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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