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1반 권○○선생님, 3학년 2반 김○○선생님, 3학년 3반 유○○선생님"
이름이 불리워지는 선생님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학부모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는 광경이 한참이나 계속된다.
3월 하순 경이면 학교마다 학부모총회가 성황을 이룬다. 이날 학교구성원들은 많은 준비를 하고 교육수요자라는 이름으로 교육현장에 계시는 학부모들은 맞이하게 된다.
요즈음은 학부모총회라는 명칭보다는 '○○학교교육과정안내의 날, ○○학교 교육과정공개의 날' 등 각 학교 나름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학부모 및 지역사회에 선보이는 날이 되고 있다.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학생들이 경험하게 되는 총체'라는 정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한다'라는 초중등교육법의 법적인 강제규제 위에서 학교는 그 학교만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에 이를 학교장을 중심으로 한 교원들이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에게 피력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할 것이다.
그러나 행사의 이름짓기 마저 학부모총회에서 교육과정 안내 및 공개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변하고 있는데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폼이 학부모들에게 교직원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규모가 제법 큰 학교에서는 학반과 이름 정도만 불리워지는 말 그대로 스치고 지나가는 모습이 되고 있는 것이 변하지 않는 폼인데, 교육현장이 변하고 내용도 교육과정 안내로 바뀌었는데도 아직도 학부모총회의 양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다보니 주객이 전도되어 교육과정 안내의 시간에 교직원 소개의 시간이 주가 되고 있다.
"남자에게 참 좋은데......."로 시작되는 광고카피가 있다. CEO가 광고에 직접 출연하여 하는 건강식품 광고로 알고 있다. 광고의 기법이겠지만 듣고 있다 보면 CEO가 직접 하는 말이다 보니 일단 믿음은 간다.
학교교육과정 설명회 및 안내의 시간은 전통적인 학부모 총회와 달리 학교장의 독무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현장의 CEO인 학교장이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학교장의 학교경영 비전과 학교 교육목표 및 지향점을 제시하여 같이 그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직원 소개를 이런 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담임 소개용으로 간단하게 제작이 가능한 PPT자료로 제시해보는 것이다. 대형 강당에서 100인치가 넘어가는 초대형 실사화면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따뜻한 표정이 있는 이미지를 제공하면서 학교장의 부연설명을 덧붙이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이미지 속에는 평소 교사들의 삶의 좌우명이 함의되어 있고 한 문장으로 기술될 수 있는 유의미한 교사 나름의 교육관을 표현한다면 참으로 멋진 풍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담임선생님이 안 계시는 가운데 가끔씩은 좋은 의미의 담임선생님 험담도 학부모와 같이 좀 해보면서 학부모와 교장만의 비밀을 만들어가는 것 그 학교가 추구할 가치를 공유하는 첩경이 될 것 같다.
어차피 학부모와 학급 담임교사는 전체 모임이 끝나면 자녀가 있는 학반에서 아이의 특성 및 가정의 과정적 배경 등에 대하여 교사와 심도 있는 교육상담의 시간이 마련되어져 있다. 그 장소에서 이미지가 아닌 실물로 선생님과 만나게 되는 과정이 있기에 그냥 의미 없이 해오던 일이라 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 지양하고 학교마다 다른 모습의 교직원 소개의 시간이 마련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