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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림초(학교장 이병로)의 아침 풍경은 색다르다. 교정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운동장을 비롯한 교내 구석구석에서 깨어진 유리병을 치우고 화단 등에 물을 주고 가꾸는 한 사람의 부지런함이 이른 아침부터 넘쳐난다. 그런가하면 재활용 수납 창고 앞에서는 아이들이 가져오는 폐지 한 장일 망정 정성과 웃음으로 맞이하는 그를 보게 된다.
바로 서림의 안전지킴이이며, 교정의 정원사이고 힘들고 어려운 일에 몸을 사리지 않는 살림꾼인 서림의 배천복 주무관이다.
그는 1954년 4월 충남태안에서 태어났다. 1984년 태안군 소재 소원초에 방호원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했으니 그의 학교생활도 어언 강산이 3번이나 변할 정도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현재 근무하는 학교도 28학급이나 되다보니 그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 많다. 여기 저기서 그를 찾는 사람, 그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이 생기게 된다. 교실 밖의 일 뿐이 아니라 교실 안에서도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일이 많다.
그는 "행정실에 있는 칠판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적어 놓으세요"라고 말한다. 바쁜 사람인지라 그를 보기가 싶지 만은 않기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표시나지 않는 자리, 빛나지 않는 자리에서의 생활이었지만 그가 있어서 다른 이들이 표시가 나고 빛이 날 수 있었다.
새벽의 여명을 깨우면서 그의 하루는 시작된다. 그는 교정에서 어떤 교직원보다 이른 아침을 맞는다. 학교에 출근하면 어린 초등학생들이 안전한 하루의 학교 생활이 되도록 급수 시설 및 출입문의 안전 상태와 아이들의 주 활동 무대가 되는 운동장의 안전 상황을 확인한다. 그런 활동 후에도 잠시도 쉴 짬이 없이 화단 손질, 전지활동, 화단 및 화분에 물주기 등 바지런한 그의 손길은 계속되며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지지개를 켠다. 4월의 서림교정에는 꽃 잔디의 보란빛으로 넘쳐난다.
2008년 그간 서림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 학교는 조경의 틀이 변했다. 학교 주변 여건을 배려하고 교사가 들어선 위치 등을 고려하여 교정에 다섯 곳의 작은 정원을 만들어 학교 정원이 학생들의 자연학습장 및 인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데 기여하였다.
그는 꿈을 꾼다고 한다. 그가 요즈음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국화 모종이나 화단에 패츄니아를 심는 것이 아니다. 그는 요즈음 재활용품 모으기에 주력하고 있다. 재활용품 수거를 통해 학생들에게 절약 정신이 체득되도록 하는 것이 첫째고 다음으로 이렇게 모아진 수거품들을 정리해서 장학금을 마련해서 소외계층학생을 돕고 싶단다. 그래서 학교 한켠에 사용되지 않고 있었던 사육장을 대대적으로 정리하여 재활용품 수거 창고를 만들었다.
이런 그의 진심을 아이들이 먼저 알게 되었다. 교실에서 나오는 폐지 한 장, 집에서 버리는 광고 전단지 한 장일망정 들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이렇게 오늘도 교정의 한 켠에는 폐지가 쌓이고 있다.
“배천복 주사님이 있어 언제나 든든합니다. 어렵고 힘든 일, 직원의 친목 활동 등을 위해서도 언제나 솔선수범해주십니다. 그런 주사님이 있기에 교사들이 좀 더 편하게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됩니다."